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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3 20:49 수정 : 2009.05.24 11:16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시론

노무현 전 대통령의 투신으로 온 사회가 참담한 충격에 빠져 있다. 나 자신이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다. 돌이켜보면 노 전 대통령의 원칙을 중시하는 강직한 성품상 끝없는 모멸감을 안겨주었던 검찰의 보복성 수사에 죽음으로 저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예견할 수 있었건만 그저 손 놓고 방관하기만 하였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형식적으로는 자살이지만 그 이면에는 애초부터 편파성과 보복수사 시비를 낳은 현 정부와 검찰의 정치적 공모가 깔려 있다. 왜냐하면 대통령 스스로가 본인과 가족은 물론 사돈에 팔촌까지, 일개 행정관에서 장차관까지 과거 수년간의 행적을 샅샅이 조사하였던 무소불위의 살아있는 권력에 맞서 저항할 수 있는 합법적 수단을 찾기 어려웠을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양식 있는 많은 이들이 검찰과 경찰의 법치를 앞세운 편파적·억압적 조처들을 보면서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정치적 파국을 낳을 불행한 사건이 터질지 모른다는 우려감을 갖고 정국을 지켜보고 있었다. 화물노동자 대량 구속, 용산 철거민 사태, 합법적 시위와 평화적 기자회견조차 허용하지 않는 위헌적 탄압 조처, 사법부의 독립성을 훼손한 신영철 대법관 파동, 마스크 사용조차 불법으로 처벌하는 반민주적 법률 제정, ‘피디 수첩’ 제작진에 대한 언론탄압 등 공안기관의 권력남용 사례는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이다. 요컨대 정치검찰의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은 물론 평범한 보통사람들의 삶 속에까지 짙은 공포와 암운을 던져주고 있다. 무명의 정치학자에 불과한 필자 자신도 향후 임용과 승진, 연구비 지원, 사생활 추적 등에 대한 권력의 냉혹한 보복을 예감하면서 이 글을 쓰고 있다.

우리에게는 정치인 노무현에 대한 지지 여부를 떠나 고인의 뜻을 받들어 사회적 분열을 최소화하고, 나아가 통합적 사회발전을 이루어야 하는 시대적 과제가 엄연히 주어져 있다. 이를 위해서는 첫째, 정치적 반대파인 보수주의자들의 신중한 처신이 요구된다. 노무현 대통령의 퇴임 이후 조·중·동을 비롯한 보수세력들은 ‘노씨’ 운운하며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깡그리 묵살하여왔다. 제발 이번의 비극적 사태를 ‘대통령 개인의 격정적 성정의 우발적 충동’으로 조롱하거나 모멸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것은 전직 대통령의 예우를 떠나 인간에 대한 예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는 정치권과 시민사회가 다시는 정치보복의 악순환을 없애기 위하여 정치검찰의 통제받지 않는 질주를 멈추는 데 함께 나서야 한다. 특히 전직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정배 의원과 강금실 변호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각성과 분발이 필요하다. 실명을 거론하는 까닭은 두 사람은 검찰 개혁을 총괄하였던 참여정부의 법무부 장관으로서 이번 사태에 일말의 정치적·도의적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형태로든 자신이 몸담았던 조직의 비이성적·반민주적 작태에 대하여 선두에서 싸울 책무가 있다. 그리하여 더이상 대통령과 전임 정부에 대한 역사적 평가에 앞서, 검찰을 앞세운 법적 단죄가 반복되는 불행한 정치사를 종식시켜야 한다.

그렇지만 지금 이 순간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루 형용하기 어려울 정도의 비통과 충격에 빠져 있을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족과 친인척들, 그를 누구보다도 사랑하였던 정치적 지지자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와 관심이다. 삶도 죽음도 너무나 극적이었던 그리고 누구보다 인간적이었던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명복을 진심으로 빈다.

정상호 한양대 제3섹터연구소,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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