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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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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김재호 사장과 간부들의 불법 주식거래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조중동의 힘을 말해주는 사례다. <한겨레> 보도를 보면 비리 혐의를 잡은 금융당국의 논의 과정에서 이 사건은 이미 한 단계 축소되었다. 처음 이 사건을 ‘검찰 고발’ 사안으로 논의했으나, 결국 검찰에 ‘통보’하는 것으로 끝낸 것이다. 고발인 경우 검찰의 본격 수사로 이어지지만, 통보는 적극적인 수사가 뒤따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크다.
검찰이 적극 수사하느냐, 아니냐는 흔히 여론의 향배에 좌우된다. 여론의 향배를 쥔 조중동은 침묵하고 있다. 한겨레와 일부 신문 및 방송, 인터넷 언론들이 보도했을 뿐이다. 동아 쪽은 혐의사실로 제시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거래’를 부인한다. 사람들이 수사 결과에 큰 기대를 안 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조중동이 침묵할 때 어떤 결과가 오는지를 우리는 종종 본다. 얼마 전 사건으로는 탤런트 고 장자연씨가 성접대를 강요받았다고 거론한 명단이 담긴 ‘장자연 리스트’가 있다. 이 리스트에 올라 있다는 유력 언론사 대표의 신원이 이종걸 의원에 의해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직함과 성씨까지 공개되긴 했다.
그러나 이 질문 내용을 보도한 것은 일부 인터넷 언론뿐이었다. 문제의 유력 언론사가 조선일보였다는 사실은 해당 언론사 스스로 이 의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함으로써 비로소 세상에 알려졌다. 조선일보는 리스트에 오른 것으로 지목되어 ‘피해’를 보았다는 당사자를 ‘본사 임원’이라고만 밝혔다. 그가 누구인지는 입소문으로만 돌아다녔을 뿐 끝내 활자화되지 않았다. 리스트에 오른 인사들에 대한 수사가 흐지부지 중단되었음은 물론이다.
몇 해 전 사건이지만 아직도 우리 기억에 생생한 ‘안기부 엑스파일’ 사건에는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관련되었다. 사건이 터졌을 당시 그는 주미대사였고 지금은 중앙일보 회장으로 복귀했다. 1997년 안기부 직원들이 녹음한 테이프에는 홍 회장과 이학수 당시 삼성 구조조정본부장의 대화 내용이 들어 있다. 삼성그룹이 정치권에 제공할 대선자금과 검찰 등 유력인사들에게 돌릴 ‘떡값’ 등을 거론한 내용이다.
결국 이 사건 수사도 흐지부지 끝났다. 홍 회장을 비롯한, 녹음테이프에 등장한 관계자들은 모두 ‘증거 불충분’ 등을 이유로 무혐의 처분됐다. 반대로 ‘엑스파일’의 내용을 폭로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는 기소당하여 아직도 재판을 받고 있다.
조중동이 주장하듯이 혐의의 어떤 부분은 오해에서 비롯되었거나 입증하기가 어려울지도 모른다. 억울하다는 그들의 하소연이 터무니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문제에 대응하는 방식이 보통사람들과는 달라 오히려 그들에게 독이 되고 있다.
보통사람들은 일단 문제가 제기되면 당사자가 직접 나서서 해명하고, 검증에 협조하며, 검찰 수사에 적극 응하는 과정을 밟는다. 반면에 조중동은 이런 정상적인 과정을 거부한다. 그 결과 ‘무혐의’라는 검찰 발표가 나와도 이들에 대한 사회적 불신은 더욱 깊어진다. 문제는 불신하는 풍조가 아니라 불신을 불러오는 조중동의 행태에 있다. 동아 사건에 대한 조중동과 검찰의 태도를 주시한다.
성한표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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