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9.09.30 22:02
수정 : 2009.09.30 2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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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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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예산안과 09-13 국가재정운용계획이 발표되었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나라살림을 고민한 흔적을 엿볼 수 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문제가 많다.
이번 국가재정운용계획에서 2011∼13년의 성장률을 5%로 설정한 것은 다소 낙관적이기는 하나 현실적인 목표 설정으로 평가할 만하다. 그런데 1년 전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발표한 계획에서 정부는 2012년의 성장률 전망을 6.6∼7.0%로 설정한 바 있다. 747 공약을 포기한 것은 당연한 것이나, 그동안 747이라는 비현실적인 목표 때문에 발생한 정책 실패에 대해서는 누군가 책임져야 한다. 슬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
현재 조세·재정정책의 근본 문제는 안 그래도 낮은 조세부담률 수준을 더욱 낮추겠다는 감세정책의 무리한 추진이라고 본다. 내년도에 20.1%인 조세부담률 수준은 늘어나는 재정수요를 충족하고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에 미흡한 수준이다. 중기적으로 22∼23% 수준은 돼야 저출산·양극화 등에 대비하며 재정건전성을 회복할 수 있다. 세입은 무조건 줄여놓고, 지출 낭비를 줄이는 일은 별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다른 한편으로는 말도 많은 4대강 살리기를 위시하여 각종 대형사업을 추진하니 재정건전성이 악화할 수밖에 없다. 내년에 재정적자 비율은 2.9%(국내총생산 대비)에 이르고, 그나마 이 목표가 지켜질지 의문시된다.
진정한 미래대비 투자는 세계 최저의 저출산 문제를 극복하고,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노령화에 대비하며, 국민이 가장 고통받는 교육문제를 해결하는 데 투자하는 것이다. 돈 있으면 외국 보내고, 돈 없으면 희망이 없는 교육시스템을 가진 나라에서 교육예산은 오히려 1.2%나 줄이면서 서민에게 다가가고 미래에 대비하겠다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2010년 예산은 추경 대비로는 3.3% 감소했다. 마이너스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4대강 사업 예산을 대규모로 편성한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사업에 대한 논란은 차치하더라도, 사업비의 반 가까이를 수자원공사에 떠넘긴 것은 후진적인 재정운용으로, 선진화를 비전으로 제시한 정권에서는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만일 수공의 채권발행이 개발이익 환수를 염두에 둔 것이라면 어떠한 사업에서 어떻게 수익이 발생하고, 이를 왜 수공이 환수해야 하는지를 밝혀야 한다. 주변 개발을 위해 사업을 한다면 사업의 본질 자체가 재해방지, 물 확보, 수질개선이 아니라, ‘강 개발을 통한 택지조성’ 사업이라고 떳떳이 밝혀야 한다.
복지지출 증가율이 본예산 대비 8.6%로 높고 비중도 역대 최고라고 밝히고 있는데, 이는 여론을 호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복지예산 증가율은 추경 대비로는 0.7%로 거의 동결 수준이다. 국민 입장에서 올해와 내년의 사정에 별 차이가 없는 상황에서 본예산 대비 증가를 얘기하는 것은 별 의미가 없다.
81조원에 이르는 복지예산에는 기초생활보장과 같은 취약계층 지원 이외에도 연금, 산재·고용보험, 건강보험, 주택, 보훈 등의 예산이 포함된다. 이들 중에는 서민 지원과 별로 관계가 없는 항목도 많다. 9.5% 증가한 연금과 같은 법정예산은 정책의지와 관계없이 늘어난다. 협의의 복지예산인 기초생활보장예산의 증가율은 2.2%로, 이는 물가상승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제 정부는 조세·재정정책의 근본 기조부터 다시 생각해야 하고, 국회는 예산 심의 과정에서 4대강 사업 추진 등의 문제를 바로잡아야 한다. 진정한 의미의 친서민 정책은 소득과 재산이 있는 곳에서 세금을 공평하게 거두어서 교육과 복지 등을 위해 ‘땅과 강’이 아닌 ‘사람’에게 투자하는 정책이다.
황성현 인천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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