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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11.12 19:15 수정 : 2009.11.12 19:15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11월10일, 또다시 서해에서 남북한 무력충돌이 발생했다. 다행히 남쪽은 큰 피해가 없었지만, 북쪽 경비정은 화염을 내뿜으며 퇴각했다. 하루 전, 유럽에서는 냉전의 상징이었던 베를린장벽 붕괴 20돌 기념행사가 화려한 도미노 쇼를 선보이며 전세계인의 축복 속에 열렸다. 반면 ‘냉전의 외로운 섬’ 한반도에서는 언제든 남북한의 젊은이가 상대방의 총탄에 쓰러질 수 있다는 것을 3차 서해교전은 보여주었다.

다행스럽게도 남북한은 이번 사태로 관계 악화를 원하는 것 같지 않다. 북쪽은 남쪽에 사과와 재발 방지를 요구했지만, 비난 수준이 높지 않고 북한군의 특이 동향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남쪽 역시 “남북관계의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그러나 양쪽 모두 군사적 경계와 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하루빨리 해법을 찾지 않으면, 언제든 교전사태가 재발할 수 있는 것이다.

10년간 세 차례 발생한 서해교전은 남북한이 안고 있는 안보딜레마를 잘 보여준다. 안보딜레마란 자신의 안전을 증진하기 위해 취한 조처가 상대방의 반작용을 야기해 자신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의미한다. 1차 교전은 남쪽 함정이 북방한계선(NLL)을 넘어온 북쪽 함정을 차단 기동으로 밀어내는 와중에 발생했고, 선체가 견고하지 못한 북쪽 함정은 큰 피해를 당했다. 그리고 3년 후 북쪽 함정은 바뀐 교전규칙으로 2차 교전에 나서, 차단 기동을 위해 접근하던 남쪽 함정에 선제사격을 가했다. 큰 피해를 본 남쪽도 교전규칙 수정에 들어갔다. ‘경고 방송→시위 및 차단 기동→경고 사격→위협 사격→격파 사격’으로 나뉘어 있던 규칙을 ‘경고 방송→경고 사격→격파 사격’으로 대폭 간소화했고, 최근 교전은 철저하게 이에 따라 이뤄졌다. 승리한 남쪽은 교전규칙을 바꾸기를 잘했다고 하겠지만, 패배한 북쪽은 교전규칙을 또 바꾸려고 할 것이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지 않는 한, 남북한은 안보딜레마의 늪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안보딜레마의 공멸적 속성을 이해한다면, 군사력에 의존하는 방식보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문제 해결을 더 선호하게 된다. 이명박 대통령 역시 8·15 경축사를 통해, 안보딜레마를 해소하는 방식은 강력한 군사력의 건설이 아니라 군사적 신뢰 구축과 군축에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문제는 실천이고, 또다시 그 시급성이 드러난 서해상의 무력충돌 방지대책이다. 갈등의 뿌리가 북방한계선을 영해선으로 간주하는 남쪽과 불법선으로 여기는 북쪽의 입장 차이에 존재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법은 새로운 분계선에 대한 합의에 있다. 그러나 남북한의 입장 차이와 내부 정치를 고려할 때, 이는 머나먼 해법인 것 또한 현실이다.

따라서 남북한은 과도기적이면서도 실질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한다. 우선 지금까지의 합의 사항에 충실해야 한다. 남북한은 2004년 2차 장성급 회담을 통해 우발적 충돌 방지에 합의했고, 2005년 발효된 남북해운합의서에도 이를 위한 협력 방안이 담겨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유명무실화된 이러한 합의를 되살리는 것이 첫째다. 다음으로 10·4 선언 가운데 우선적으로 서해평화협력지대 논의를 개시해야 한다. 아울러 한국해양수산개발원에서 심층적으로 연구한 ‘서해평화공원’을 정책화하려는 노력도 필요하다. 쿠바 미사일 위기를 미-소 정상의 핫라인으로 풀었듯이, 최고위급 사이의 직통전화 개설도 시급히 요구된다. 이러한 조처들을 통해 승전가를 뱃노래로 바꿔낸다면, 역사 속으로 사라진 베를린장벽을 바라보는 우리의 부러움도 자신감으로 승화될 수 있을 것이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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