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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0.05.09 19:12 수정 : 2010.05.09 19:12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천안함 사태의 과정에서 정부가 보여주고 있는 우왕좌왕, 갈팡질팡의 원인이 뭘까? 정책총괄 기능이 없기 때문이다. 정부도 필요성을 공감해서 제도개선을 검토한다고 한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아직도 혼선이 난무하고 체계적인 대응을 찾아보기 어렵다.

정책총괄 기능에서 핵심은 정보판단이다. 40여일이 지난 천안함 사태의 원인을 아직 속시원히 밝히지 못하고 있다. 무능하다. 달리 어떻게 표현할까? 체계도 없다. 연일 언론에서는 ‘정부 관계자’ ‘군 관계자’ ‘합조단 관계자’라는 익명으로 확인되지 않은 추측을 남발한다.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익명으로 남발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합조단 관계자의 판단도 여전히 중구난방이다. 이토록 중요한 시점에 이토록 중요한 정보판단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대응해도 되는지 묻고 싶다.

김정일 방중을 계기로 북-중 관계를 바라보는 정부의 불편한 시각도 마찬가지다. 통일부 장관이 나서서 중국의 책임 있는 행동을 촉구했다. 외교적으로 흔치 않은 강한 표현이다. 김정일 방중 시점에 중국 대사와 만나는 장면은 언론의 관심이 높다. 무슨 말을 할 것인지 정부 안에서 조율하는 것이 상식이다. 당연히 조율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과했고, 중국의 강력한 맞대응에 직면했으며, 대통령까지 나서서 해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한치 앞을 내다보지 못했다. 정책판단 체계에 문제가 있다. 설마 이렇게 중대한 발언을 조율하지 않은 채 통일부가 독자적으로 판단했다면? 설마 그 정도라고 생각하지 않겠다. 정말 그랬다면 그것은 정부도 아니다.

지금이라도 정책총괄 기능을 복원하는 것이 필요하다. 노무현 정부 때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복원해야 한다. 자존심을 내세울 때가 아니다. 반대할 사람도 없다. 우선 임시로 정보판단 체계부터 구축해야 한다. 익명의 관계자의 설이 아니라, 신중하고 냉정하며 과학적인 공식 발표를 해야 한다. 그래야 무너진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또한 제도보다 중요한 것은 정책의 방향성이다. 천안함 문제를 다룰 때 중요한 것은 출구를 확인하는 것이다. 지금같이 흘러가면 북한이 했을 것이라는 심증은 있으나 확증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 정부 안에 그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길게 보면 그것이 최악이다.

‘척 보면 압니다.’ 그런 방식은 국내 보수층을 결집할 수는 있으나, 국제사회를 설득하기 어렵다. 확실한 증거와 분명한 인과관계를 제시하지 않으면 중국과 러시아가 ‘대북 제재’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 미궁에 빠진다는 뜻이고 장기화한다는 말이다. 미국이 언제까지 천안함 때문에 6자회담 재개를 미룰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중국은 이미 분리대응을 결정하고 6자회담 재개 노력에 착수했다. 출구가 없으면 늪에 빠진다. 헤어 나오는 데 시간이 걸리고, 변화하는 동북아 질서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어렵다. 납치문제의 늪에 빠진 일본처럼 말이다.

그리고 남북관계를 어떻게 할 것인가? 임기 끝날 때까지 대화하지 않을 것인가? 중국의 동북경제권으로 편입되는 북한을 두고 볼 것인가? 1983년 아웅산 사태를 당하고도 84년 북한의 수해물자를 받고 정상회담까지 추진한 전두환 정부에서 배워라. 왜 그랬을까? 전쟁은 안 된다는 것이었고, 88서울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한반도의 평화가 필요했다. 한반도의 안정과 평화를 위한 진지한 고민을 보고 싶다. 임기가 끝났을 때 어떤 역사적 평가를 받을지를 한번쯤 생각해 볼 시간이다.

김연철 인제대 통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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