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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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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개혁의 대상은 검찰이 아니다. 최근 검찰 개혁 논의에 반대하는 어느 부장검사의 말이다. ‘검찰의 중립성은 예산과 인사의 독립성만 보호해주면 된다.’ 그렇다. 검찰은 그런 의미에서 이미 충분히 ‘개혁’되어 있다. 검찰 개혁 논의는 검찰에 독립성, 즉 자유를 보장해줬더니, 검찰이 그 자유를 권력비호적인 기소나 수사에 남용하기 때문에 나왔다. 그렇다면 개혁의 대상은 이런 행태에 동기를 부여하는 시스템, 즉 검찰에 대한 행정권력의 영향력이 된다. 즉 개혁 대상은 권력자이지 검찰이 아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와 같이 제2의 검찰을 만들어 기소독점주의를 깨도, 그 기관의 인선에 대통령이 영향력을 가진다면 해결책이 안 된다. 최근 ‘스폰서’ 검사의 문제를 보면, 고비처도 의미가 있다. 고비처는 과거 검찰이 정·재계의 유력자들을 수사하지 않는 것에 대한 개혁방안이다. 이들을 수사하거나 이들을 수사하지 않는 검찰을 조사하자는 취지에서 나온 것이다. 즉 ‘과소기소’에 대한 대응으로서 나왔다. ‘스폰서’ 검사 문제에 대한 좋은 해결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최근 2008~2010년 사이 검찰의 더 큰 문제는 ‘과소기소’가 아니라 ‘과잉기소’였다. 국민들의 토론의 장에 검찰이 칼을 들고 들어와서 ‘죽자고 덤벼드는’ 것이 문제였다. 지금 필요한 것은 검찰의 친권력적 과잉기소에 대한 견제이다. 고비처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하겠지만 검찰을 견제하기는 어렵다. 검사들에 대해 뇌물죄나 피의사실 공표죄 수사는 할 수 있다. 그러나 뇌물수사로는 권력자를 위한 과잉기소를 막을 수는 없다. 권력은 뇌물을 안 줘도 검찰의 충성을 이끌어낼 수 있다. 또 피의사실 공표죄는, 국민이 검찰을 감시하기 위해서는 피의사실은 일부 공표되어야 국민의 알권리가 보호된다는 논리에 부닥쳐 그 집행에 심대한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고비처도 결국 대통령이 인사권을 가지는 한 동료기관의 친정부 검사들을 깊게 추궁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럼 친권력적 과잉기소는 어떻게 제어할 수 있을까? 노무현·김대중 정권 때의 검찰은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검찰은 특권을 보호해줄 것처럼 보이는 대통령에게 봉사하려 한다. 그러나 노무현·김대중 당시 대통령들은 검찰에 그런 봉사를 할 필요를 느끼지 않게 했다. 법조계가 특권층으로 남아 있는 한, 보수적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과잉충성은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렇다고 법조계 특권의 해체나 검찰과 궁합이 맞지 않는 대통령의 선출만을 기다릴 수는 없다. 해답은 검찰이 아니라 검찰에 대한 행정권력의 영향력을 차단하는 것이다. 기소독점주의를 깨는 것이 아니라 기소기관에 대한 영향력의 독점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 기소권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렇게 나눠진 기소권을 대통령의 휘하에서 일부라도 분리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분리된 검찰권은 어디에 둘 것인가. 프랑스처럼 전부를 사법부 휘하에 둘 수도 있고 상설특검처럼 일부를 입법부 휘하에 둘 수도 있다. 또는 미국처럼 지방검사장 직선제를 통해 일부를 국민 스스로의 선거권에 맡길 수도 있다. 고비처와 상설특검/직선제 사이의 선택은 독나무를 뿌리까지 뽑느냐, 줄기만 자르느냐의 문제이다. 고비처로 개혁의 방향을 잡아도, 친권력적 기소 행태의 뿌리인 권력자-검찰의 관계를 흔들 수 있는 최소한의 방안을 모색해보길 기대한다. 또 검찰을 둘러싼 기본적인 동기부여 시스템을 개혁하는 것은 기소심사회나 대배심제도 정도로 다룰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마치 국민참여재판을 해도 사법부의 독립은 더 높은 차원에서 토의되고 보장돼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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