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진숙
|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14일은 한진중공업이 최종 정리해고 대상 노동자의 명단을 확정하겠다고 밝힌 날입니다. 한진중공업은 2003년에도 650명의 노동자를 정리해고한다고 발표했습니다. 노사가 2년을 싸워 구조조정 철회에 합의했지만, 그 합의를 회사 쪽이 일방적으로 번복했습니다. 그날 김주익 전국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은 홀로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 올라 129일을 버티다 끝내 크레인 위에서 목을 맸습니다. 129일을 처절히 고립돼 있었던 그를 저승길마저 혼자 보낼 수 없었던 죽음의 도반이었을까요. 곽재규 조합원마저 목숨을 던지고 나서야 2년 넘는 싸움은 끝이 났습니다. 이후 7년 동안 불안한 평화가 이어졌습니다. 한진 자본은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자 지난해 다시 정리해고의 칼날을 빼 들었습니다. 한진 자본은 정리해고 발표와 노조의 파업, 노사 합의, 회사의 일방적 합의 번복 등 2003년과 똑같은 상황을 다시 만들어냈습니다.
|
» 47m 높이 타워크레인. 뒤편으로 자갈치시장, 부산타워 등 부산시내 모습이 한눈에 보인다. 하지만 바다에 인접한 크레인 위로는 살을 에는 칼바람이 분다. 문철상 전국금속노동조합 부산양산지부장(작은 사진 오른쪽)과 채길용 금속노조 한진중공업지회장(왼쪽)이 14일 새벽 부산 영도구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2안벽 크레인에 올라가 생존권을 지키려는 농성에 들어갔다. 한진중공업 해고노동자인 민주노총 부산본부 김진숙 지도위원도 지난 1월6일 이곳에서 150여m 떨어진 ‘85호 크레인’에 올라가 지원 농성을 벌이고 있다. 85호 크레인은 2003년 고 김주익 지회장이 129일간 농성을 벌인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던 곳이다. 지난해부터 정리해고를 예고해온 한진중공업은 14일 직장폐쇄를 결정하고 15일 생산직 직원 172명을 정리해고했다. 노조는 “정리해고 대상자를 포함한 모든 노조원들이 회사의 퇴거 요청에 응하지 않고 옥쇄투쟁을 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살기 위해 싸운다”는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싸움은 크레인 위에서 또 아래서 이어지고 있다. 부산/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
이 과정에서 하청 노동자들이 3000명 넘게 잘려나갔습니다. 저는 이 공장에서 얼마나 더 많은 노동자가 잘려야 이 싸움이 끝날 것인가를 스스로 되물으며 수많은 밤을 지새웠습니다. 나의 20년 지기 친구 주익씨였다면 어떤 선택을 했을까를 수백번도 더 묻고 또 물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난달 6일 김주익 지회장이 8년 전에 올랐던 85호 크레인에 올라왔습니다. 문철상 전국금속노조 부산양산지부장과 채길용 한진중공업지회장은 14일 또다른 크레인에 올랐습니다.
|
문철상 (오른쪽)과 채길용 (왼쪽)
|
저는 지금 주익씨가 앉았던 자리에서 그가 마지막으로 보고 간 세상의 풍경을 봅니다. 무심히 지나다니는 행인들과 분주히 오가는 차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스물여섯살에 해고된 뒤 동료 곁에 돌아오겠다는 꿈 하나를 붙잡고 27년을 견뎌온 여성 노동자가 그 동료를 지키겠다며 다시 이 크레인에 매달려 세상을 향해 간절히 흔드는 손을 저들 중 몇 명이나 보고 있을까요. 2월14일 한진중공업 영도조선소 85호 크레인에서.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