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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27 19:20 수정 : 2011.06.27 19:20

이성우 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부산상호저축은행 사건 등을 계기로 금융감독권 개편을 위한 태스크포스팀이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에 설치되었는데 머지않아 개편의 윤곽이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감독 권한을 분산하는 것이 옳은지 집중하는 것이 옳은지에 관한 다툼이 감독 ‘주체’에 관한 논쟁이다. 다른 한편으로 금융감독이 건전성 규제에만 치중해서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했으므로 건전성 규제 외에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영업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과 이는 중복 규제라는 반대 주장 사이의 다툼이 최근 주목받고 있는 감독 ‘기능’에 관한 논쟁이다. 영국은 2007년 노던록은행 파산 후, 미국은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따른 금융위기 후, 금융감독 기능을 건전성 규제와 영업 규제로 나누어 중앙은행에 한 가지 기능을 맡기고 있다.

건전성 규제란 자산운용 위험에 대비해서 충분한 자본을 쌓게 하거나 위험도가 너무 높은 자산은 처음부터 취득을 금지하는 규제이고, 영업 규제란 금융기관이 판매하는 상품의 채산성 및 안전성 등을 감시하는 규제이다. 금융업 종사자라면 건전성 규제는 출발점이 자산항목(대출)이고, 영업 규제는 출발점이 부채항목(예금)이란 것을 제외하고는 차이가 없다는 점을 잘 알 것이다. 예컨대 후순위채권이라는 금융상품의 위험을 감시하려면(영업 규제) 총자산에 대하여 국제결제은행이 적정하다고 인정하는 자본금이 얼마나 적립되어 있는지부터 파악해야 한다.(건전성 규제)

소비자 보호를 위한 영업 규제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견해는 금융상품의 구조가 날로 복잡해지는데 소비자들은 숨겨진 위험을 모른 채 고수익 유혹에 넘어가기만 하므로 건전성 규제와 구별되는 영업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한다. 그러나 금융위원회의 설치 등에 관한 법률(이하 금융위법) 37조와 38조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의 모든 업무를 검사할 수 있으므로, 금융상품의 개발 단계에서 고객에게 부당하게 위험을 전가하는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 요컨대 금융위원회의 감독을 받는 금융감독원은 건전성 규제와 영업 규제, 특히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기관 영업에 대한 감시·감독을 모두 할 수 있다.

정부기구가 법률에 규정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경우 해결책은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도록 하거나 조직을 없애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금융감독청이 노던록은행 부실을 사전에 파악했음에도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권교체 후 금융감독청을 없애버렸다. 미국은 통화감독청, 연방준비은행, 예금보험공사 등 금융감독기구들의 권한 중 소비자 보호 기능을 떼어내 연방준비은행의 하부조직에 맡기기로 하였다.

저축은행 사태에 대한 책임을 물어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없앨 것이 아니라면, 앞으로는 감독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 이를 담보하기 위해서 기관과 소속 직원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방법이 있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 10조는 적기시정조처라는 행정처분을 규정하고 있는데, 만약 저축은행 검사 결과 부실 징후가 포착되었다면 이 조항에 따른 증자명령 등 필요한 조처가 있어야 했다. 공지의 사실에 따르면, 지난해 초 저축은행 검사에서 포착된 부실 징후가 감사원에까지 알려졌음에도 금융위원회는 아무 조처도 취하지 않았다. 만약 적기시정조처가 있었다면 추가적인 예금자 피해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금융감독원 직원이 저축은행을 제대로 검사하고 그 결과가 상호저축은행법 23조의2, 같은 법 시행령 13조에 따라 공시되었다면 추가적인 예금자 피해도 막을 수 있었으나, 뇌물을 받은 대가로 지적사항이 공시되기는커녕 은폐되었다. 따라서 예금자의 경제적 손해와 금융감독당국 및 소속 직원이 저지른 위법행위와의 인과관계만 증명되면 이들에게 법적 책임(손해배상 책임) 추궁이 가능해진다. 이렇게만 된다면 앞으로 금융감독원 소속 직원은 법에 규정된 권한을 제대로 행사하지 않을 수 없으므로 금융감독권 개편에 관하여 끊임없이 순환되는 논쟁의 종식도 기대해볼 수 있다.

지금도 금융기관은 금융위법 47조 1항에 따른 검사 분담금 납부 의무를 지는데, 이 비용의 최종 부담자는 금융소비자들이다. 만약 감독기능이 건전성 규제와 영업 규제로 나뉘어 새로운 감독기구가 생긴다면 추가 비용은 고스란히 금융소비자의 몫이 된다. 진정 금융소비자를 위한 금융감독권 개편이라면 최소 비용과 최대 효과를 함께 고려해야 한다. 최소 비용 문제는 감독기구 단일화로, 최대 효과는 권한에 상응하는 ‘법적’ 책임으로 문제를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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