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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7.01 19:23 수정 : 2011.07.01 19:23

방준식 영산대 법대 교수

지역·업종별 탄력적 적용과
근로자와 가족의 적정한 생활을
보장하는 ‘생활임금’ 개념 도입 등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에 대한 심의 결과를 제시하지 못한 채 법정 시한인 6월29일을 넘기고 말았다. 해마다 이 시기가 되면 최저임금액을 놓고 노사가 힘겨루기를 하는 양상인데, 올해는 노사 위원들이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동반사퇴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특히 노동계에서는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요구하며 그 어느 해보다 강력히 최저임금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현실화는 우선 다음과 같은 방안을 통해 최저임금 제도를 근본적으로 개혁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현재와 같이 최저임금을 전 지역 또는 전 업종에 걸쳐 획일적으로 얼마라고 결정하기보다는 지역별 또는 업종별로 구분하여 탄력적으로 결정하는 방안이다. 정부도 이러한 방안을 고려한 바 있으나 아직까지 본격적인 실행을 계획하지는 않고 있다. 이웃나라인 일본에서는 이미 지역별 또는 산업별 최저임금제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선별적인 시행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

다만 지역별 최저임금제의 시행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자칫하면 지역간 균형발전을 저해할 뿐만 아니라 최저임금이 높은 지역으로 근로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지역별 최저임금제는 지역간 생활수준의 차이를 반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미국에서는 연방법에 따른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뉴욕이나 캘리포니아 같은 특정 주가 주법에 따라 최저임금액을 상향하여 규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용노동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액을 전국 단위의 기준으로 정하고, 각 광역시·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을 탄력적으로 상향조정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고용노동부가 고시하는 최저임금액을 기준으로 하여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별로 최저임금을 별도로 정할 수 있다. 그러자면 업종별로 근로자 대표와 사용자 대표가 대등한 지위에서 개별적인 교섭을 통해 최저임금액을 결정할 수 있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즉, 최저임금의 현실화를 필요로 하는 업종을 중심으로 근로자든 사용자든 조직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피시방에서 근무하는 근로자들로 구성된 근로자 단체와 피시방 사업주들로 구성된 사용자 단체가 현실적으로 적정한 최저임금에 대해 교섭하는 것이다. 특별히 최저임금에 민감한 업종들은 근로자뿐만 아니라 영세사업장도 만족할 수 있는 적정한 최저임금을 당사자들끼리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둘째, 최저임금법을 위반하는 사업주에게 현실적으로 적용가능한 규범 구조를 갖추는 방안이다. 현재 최저임금법상 최저임금 위반에 따른 형벌 규정(3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이 위반 사업주에게 거의 적용되지 않는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이러한 형벌 규정의 적용에 앞서 시정조처를 먼저 내리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의 형벌 규정은 위반 사업주에 대해 아무런 예방효과가 없는 것이다. 따라서 규범 수규자의 인식의 전환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법치주의 완성을 위해서도 현실적으로 엄격하게 적용할 수 있는 규범 구조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셋째, 정부도 최저임금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생계를 유지하기에도 벅찬 현재의 최저임금은 결국 근로빈곤층(워킹 푸어)으로 하여금 취업을 포기하게 만들 것이고, 정부의 턱없이 부족한 복지예산은 이들을 감당하는 데 어려움을 느낄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런 문제로 인해 1996년부터 이른바 ‘복지에서 고용으로’(Welfare to Work)라는 정책을 추진한 결과, 정부의 공공부조에 의존하던 빈곤층이 노동시장에 유입될 수 있었다. 그리고 <빈곤의 종말>(제프리 삭스·2006)에서 제시된 것처럼, 근로자는 자신과 그 가족이 적정하고 건강한 생활을 할 수 있는 충분한 최저임금, 즉 ‘생활임금’을 지급받을 권리가 있다고 선언하여, 미국에서는 생활임금이 최저임금으로서 강조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저임금이 종래의 사회안전망 기능과 아울러 고용 확대의 기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생활임금으로서의 최저임금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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