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1.07.06 19:07
수정 : 2011.07.06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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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 명지대 법대 교수·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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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으로부터의 독립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영국과 같이 판사 임용 때
‘퇴임 후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방법 등이 필요하다
법원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국민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법원이 이런 본연의 구실을 다하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인 판사가 정말 모든 것으로부터 독립하여 판단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특히 현재와 같은 물질만능주의 세상에서는 돈으로부터의 독립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판사도 인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법원 개혁과 관련한 이슈가 보도되고 이와 관련한 여야 공방이 계속되었음에도 그 결과물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음을 부인할 수 없다. 왜 그럴까? 국민이 워낙 수준이 낮아 무조건 국회의원들을 비난하는 것일까? 만일 그렇게만 본다면 국민을 위한 법원 개혁은 그 전제가 잘못되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국민의 냉엄한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여 진정으로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우리가 나아가야 할 사법개혁의 방향이 어떠해야 하는지를 찾아야 할 것이다.
법원에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없애는 판결을 해달라는 것이다. 일제 치하에서 서구의 근대 사법제도가 도입된 이후, 사법부는 정의의 최후 보루로서 소임을 충분히 다하지 못하였고, 일단 승진을 통해 명예를 취한 뒤에 국민을 상대로 많은 돈을 벌기 위한 수단으로 이용된 측면이 있었음을 완전히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뿌리 깊은 관행 속에서 과연 돈 없고 힘없는 국민의 이익이 제대로 보호될 수 있었을까? 전관예우라는 것이 단순히 자신이 모시던 선배를 대우해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자신도 선배와 같이 언젠가는 돈을 벌어야겠다는 의식 속에서 선배의 수임사건을 봐주어야만 자신도 나중에 후배한테서 같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의식이 내재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따라서 이를 근원적으로 해결하려면 판사를 돈으로부터 독립시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판사 경험을 통해 앞으로 많을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심리를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변경된 변호사법을 보면 퇴임 후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만의 수임 금지를 명문화했는데, 이런 임시방편적인 처방으로는 고질적인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악습을 완전히 타파할 수 없다고 본다. 따라서 국민을 위한 법원 개혁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영국과 같이 판사가 되고자 하는 자에게는 임용 때 ‘퇴임 후 변호사를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받는 방법 등을 채택하여야 한다. 이렇게 한다면 일부 집안에 돈이 많은 경우를 제외한 대부분의 젊은 법조인의 경우, 변호사를 먼저 하여 어느 정도 경제적인 자립을 이룬 뒤에 판사를 할 수밖에 없을 것이고, 따라서 자연히 어느 정도 변호사 경력을 갖춘 경험 많은 사람이 판사가 될 것이며, 따라서 성적만 좋은 사람이 판사가 되는 종전의 관행에서 발생하는 국민의 사법부 불신을 해소할 수 있는 바탕이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런 방법을 통하여, 판사가 진정으로 돈에서 독립하여 엄벌해야 할 사람은 엄벌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새로운 법관임용제도에 대해서는, 기존 판사들의 기득권을 침해한다는 헌법 위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이미 판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용하지 말고 최초로 임용되는 사람부터 적용하면 될 것이다. 또한 이렇게 함으로써, 사법부의 안정을 기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사법부 안에서 종전 제도에 의해 임용된 법관과 새로운 제도에 의해 임용된 법관 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국민을 위한 재판을 하려는 노력이 배가될 수 있다고 본다. 서구의 다른 좋은 제도들은 받아들이면서 왜 서구 법원이 시행하고 있는,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사법부 구성 방법은 배우지 않는 것인가?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는 미봉책으로는 절대 이룰 수 없으며, 근본적인 쇄신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입법부는 초심으로 돌아가 겸허한 자세로 국민의 사법불신을 해소하고, 약하고 힘없는 국민이 최후에 기댈 수 있는 피난처로서의 사법부를 만들기 위해 선진국의 사례를 받아들이는 과감한 개혁을 이끌어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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