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1.07.08 19:25 수정 : 2011.07.08 19:25

표명렬 평화재향군인회 상임대표

일본군 출신 간부들이 뿌리내린
부하 인권 무시, 절대 복종 등
극단적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해
인간존엄의 군대문화를 창출해야
진정 강한 군대를 만들 수 있다

악성종양의 중병에 걸린 환자라도 자각증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초기에는 그냥 모르고 지내는 경우가 많다. 지금 대한민국 군대는 매우 심각한 중병에 걸려있다. 광복 후 국군을 완전 장악하여 이끌어온 친일세력들은 “군대란 본래 그런 거야”라고만 해왔다. 국민들은 “이건 아닌데…” 의구심을 품어 왔지만 군대를 독점한 그들의 배타적 삼엄함에 주눅이 들어 입 다물어 왔다. 그들은 군대가 병들어 제정신 없는 상태를 오히려 즐겼다. 오로지 자신들의 기득권을 영속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군대를 이용해먹는 데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최근 강화도 해병소초에서 일어난 김아무개 상병의 부대원 사살 사건은 축적되어온 군의 문제점들이 곪아터져 나오고 있는 현상의 단면이라고 볼 수 있다. 이는 결코 군대의 특성 때문에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반적이고 단발적인 성격의 문제가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해병대는 군기가 특별히 엄정하고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부대다. 특히 이 정부는 해병대야말로 여타 부대가 모본으로 삼아야 할 최정예 부대라는 칭찬을 아끼지 않은 터다. 이런 부대의 중대장이 부대원을 성추행하는가 하면 구타사고가 빈발하여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까지 받았다. 지난 6월17일에는 민항기를 향해 대공포를 쏘는 등 위험천만한 사고를 저지르기도 했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건들이 연속해 터지고 있는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해병대만의 문제도 아니다. 바로 우리 군이 안고 있는 고질적인 병폐가 매우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음을 상징적으로 압축해 웅변한다고 할 수 있다.

2005년 6월에도 육군의 전방초소(GP) 내무반에서 김아무개 일병이 소총을 난사하는 대형사고가 발생했다. 당시에도 “군, 이대로는 안 된다. 전면적이고 근본적인 대개혁을 단행해야 한다”는 우려와 주문의 목소리가 하늘을 찔렀다. 일본군 출신 친일 간부들이 뿌리내린 부하 인권 무시, 생명 경시, 무조건적인 절대복종 등 극단적 권위주의 문화를 타파하여 인간존엄의 민주적 군대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진정으로 강한 군대를 만들어야 한다고들 했다.

이번에도 언론 향배에 초점을 맞춰 요란법석을 떨다가 여론이 잠잠해지면 결국 몇몇 장병에게 책임을 떠넘겨 처벌하는 선에서 마무리지어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둔 채 내성만 더욱 키우게 될 것이 뻔하다.

그간 우리 군에서는 너무나 억울하게 죽어간 의문사들, 자초지종이 분명치 않은 수많은 자살사고들, 고참병의 구타와 육체적·정신적 폭압으로 인해 좌절과 분노에 병든 젊은이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럼에도 문제의 본질적인 근본 원인을 찾아 그 뿌리를 제거해 개혁하려는 노력은 소홀히 하면서 감시감독 체제만 강화하고 상급부대 간부들의 책임 면제를 위한 방법 모색에만 급급했다.

우리 병사들이 군대생활을 너무나 숨막히게 지겨워하고 공포감을 갖는 것은 지나치게 엄격함 일변도의 잘못된 내무생활 문화 때문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를 악물고 잘들 견뎌내고는 있지만 인권과 인격 자율성이 철저히 무시·배제된 감옥 같은 질서의 황당한 내무생활 분위기 때문에 힘들어하고 있는 것이다. 다른 나라 군대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모습이다.

이는 우리 군의 자랑스러운 정통성과 정체성인 항일 자주독립 전쟁의 위대한 발자취와 정신을 지워 없애버린 결과 장병들이 국군에 대한 애착과 자부심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 근거를 잃어버려 생긴 병폐들이다. 일그러진 국군의 정통성을 되찾고 바로 세워 철두철미 교육함으로써 공통의 비전을 향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회복시키는 것이 국방개혁의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핵심 과제다. 완전히 새로운 군대로 확 달라지게 만들 수 있는 길이다.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