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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성인 홍익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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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스타 문제는 첫 단추를 잘못
꿰었으니 적당히 할 수밖에 없다?
그런 행동은 과거의 잘못에
현재의 잘못을 추가할 뿐이다
금융위원회가 내일 금융위 임시회의를 열어서 론스타에 대해 주식처분명령을 내릴 예정으로 알려졌다. 필자는 분노에 앞서 안쓰러움을 느낀다. 9명의 금융위원은 결국 ‘과거의 굴레’를 스스로 벗지 못하는 것인가. 그러나 금융위원이 명심해야 하는 것은 그들은 처분명령의 발동을 통해 ‘현재의 잘못’을 추가할 뿐만 아니라, 미래를 위한 ‘잘못된 선례’까지 만들어 낸다는 점이다.
혹자는 론스타가 잘못한 것에 대해 대주주 자격 박탈하고 주식 팔라고 하는데 박수는 못 칠지언정 왜 그리 난리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왜 그런가? 이것은 연극이고, 면피이고, 특혜이기 때문에 난리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위법하기 때문에 난리다.
첫째, 금융위는 론스타가 산업자본인지 아닌지 취득 당시에도 제대로 심사하지 않았고, 지금도 제대로 심사하지 않고 있다. 만일 과거에 산업자본이었다면 론스타는 현재 주식의 소유주가 아니고, 지금 현재 산업자본이라면 의결권 제한 및 매각 대상 자산의 규모가 훨씬 더 광범위해야 한다. 이것을 밝히지 않은 상태에서 매각명령을 내리려고 하고 있기에 연극이고, 면피이고, 특혜이고, 위법한 것이다.
둘째, 취득 당시 산업자본 여부는 이미 심사가 다 끝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지난 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조문환 의원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주식인수대금 납입일인 2003년 10월30일 하루 전날인 29일에 투자자 내역 변경 신고를 금융감독 당국에 제출했다는 주장을 했다. 그리고 이런 변동을 반영하면 론스타는 산업자본에 해당한다는 계산 결과도 제시했다.
만일 이 주장이 사실이라면 론스타는 당초 승인신청을 낼 때에는 금융자본으로 주장하여 승인을 받은 뒤, 계약종결 직전에 산업자본에 해당하는 투자자 그룹으로 변경한 뒤 계약을 종결했다는 뜻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이 변경은 동일인 내역을 변화시키는 것인데 이 새로운 동일인에 대해 금감위(금융위의 전신)가 단 하루 만에 새로 승인을 내주었다고 보기도 어렵다. 사전 승인이 없는 계약종결은 무효다. 따라서 이 부분에 대한 철저한 재조사가 시급하다. 이것은 론스타가 과연 외환은행 주식의 소유주인가를 가르는 결정적인 작업이다.
셋째, 금융위는 현재 론스타가 산업자본이라는 여러 증거에 대해 전혀 판단을 내리지 않고 있다. 감독 당국의 창피하기 짝이 없는 논리는 론스타가 제대로 보고하지 않으니 감독 당국으로서도 잘 알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 최근 론스타의 동일인을 조금 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도드 프랭크 법’이 시행되면서 미국의 금융투자회사들이 자신과 특수관계에 있는 다른 금융투자회사를 국적을 불문하고 모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 웹사이트에 공시하도록 되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론스타 펀드의 자산운용을 총괄하는 허드슨 어드바이저라는 유한책임회사도 수많은 론스타 관계회사를 공시했다. 필자가 들어가본 이 자료에는 론스타 펀드 4호는 물론이고 버뮤다, 독일, 프랑스 등 론스타와 특수관계에 있는 전세계의 금융투자회사들이 망라되어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허드슨 어드바이저 코리아도 과거 외국환관리법 위반 사실 때문에 여기에 이름을 올린 상태다.
이 사이트에는 이들 회사의 이름, 대표자 이름, 연락처 등이 다 나와 있다. 따라서 이제 금융위는 론스타가 보고를 안 해서 심사를 못한다는 부끄러운 논거를 내세우며 얼렁뚱땅 넘어가려고 해서는 안 된다. 금융위는 즉시 론스타에 대해 이들 회사들이 관리하는 우리나라 은행법상의 모든 동일인 내역 및 그 재무현황을 제출하도록 명령하고 그 결과를 은행법의 취지에 따라 심사해야 한다.
론스타 문제에 대해 혹자는 당초 첫 단추를 잘못 끼었으니 그 뒤에는 어차피 적당히 할 수밖에 없지 않은가라고 자조 섞인 한탄을 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런 행동은 과거의 잘못에 현재의 잘못을 추가할 뿐이다. 론스타 문제는 법대로 처리해야 한다. 금융감독 당국은 치(治)하는 곳이 아니라 법치(法治)를 하는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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