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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12.26 19:34 수정 : 2011.12.26 19:34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왜 한나라당은 이토록 조중동 종편에
집착 수준의 애정을 보일까?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아우라”식의
방송에 대한 ‘보증수표’일 것이다

지난 금요일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회의에서 미디어렙 관련 보고가 있었다. 미디어렙과 관련해 6인회의가 구성되었으며 그 회의에 보낸 한나라당의 ‘최후통첩안’에 관한 보고였다.

보고 내용을 들으며 아연실색했다. ‘1공영 다민영’이라는 미디어렙 숫자 규정, 먼저 생길 민영미디어렙에 <에스비에스> 지분 40% 허용, 향후 2년간 종편의 직접 광고영업 허용 후 미디어렙 편입 조항, <문화방송>(MBC)의 공영렙 편입 조항 등 하나하나가 그야말로 ‘폭탄’이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가 막힌 것은 크로스미디어 허용 조항이었다.

시쳇말로 위 조항들을 ‘번역’하면 이러하다.

“공영렙은 하나만 두고 민영렙은 여러개 만들 수 있게 한다. 공영렙에는 <한국방송>(KBS) <문화방송> <교육방송>(EBS)이 들어간다. 민영렙은 일단 하나가 만들어지는데 현재는 <에스비에스>와 지역민방이 들어간다. 이 민영렙에 <에스비에스>가 40% 지분을 가진 최대주주가 된다. 사실상 ‘에스비에스렙’이 생기는 것과 진배없다. 직접 영업을 하던 조·중·동 종편은 2년 후에 각각 40% 지분을 가진 사실상의 자사 미디어렙을 갖게 될 공산이 크다. 자사 렙을 하나씩 갖게 된다면 직접 영업과 다를 바가 없다.”

크로스미디어 허용이란 도대체 뭔가. 이건 따로 ‘번역’해야 한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교차판매 허용 정도 된다. 한나라당이 주장하고 있는 것은 이종매체간 교차판매 허용까지 포함하는 것이란다. 이종매체란 신문과 방송, 방송과 온라인, 지상파와 케이블 간 영업 등 다양하게 조합할 수 있다.”

‘번역’을 해도 어렵다. 한마디로 핵심은 조·중·동 각 신문과 조·중·동 각 종편을 묶어서 영업하게 해준다는 거다. 예를 들어 <동아일보> 종편이 40% 출자한 렙이 <동아일보>와 종편의 영업을 같이 할 수 있다는 거다. 위 미디어렙 관련 한나라당 주장의 정치적 함의는 무엇일까. 조·중·동에 대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다 할 ‘법’을 만들겠다는 ‘충정’이다.

왜 한나라당은 이토록 조·중·동 종편에 집착 수준의 애정을 보일까.


아마도 ‘보은’과 ‘계약’ 때문일 것이다. 이명박 정부와 현재의 한나라당은 ‘조·중·동의 그늘’에서 탄생했다. 보은해야 한다. 한편 내년 총선을 생각할 때 ‘계약’도 필요하다. 아마도 “형광등 100개를 켜놓은 듯한 아우라”식의 방송으로 화답해 줄 것을 확신하며 만든 ‘보증수표’일 것이다.

관련 회의에서 필자가 한나라당 ‘최후통첩안’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는 이유로 일부 언론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들은 미디어렙 연내 입법을 주장하고 있는데 한나라당의 ‘최후통첩안’을 민주통합당이 거부할 경우 연내 입법이 불가능해지고 그러면 지역방송이나 종교방송들이 고사 위기에 빠진다는 것이었다. 결국 필자는 연내 입법을 막을 수도 있는 발언을 한 셈이었다. 광고취약 매체들한테 미디어렙 논의는 논리가 아닌 ‘생존의 문제’이므로 과다한 비난조차 감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 광고취약 매체들의 ‘생존권 문제’와 조·중·동과 조·중·동 종편의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강짜’를 부리는 한나라당의 행태가 같은 선상에서 논의될 문제인가. 먼저 지역방송과 종교방송 등 광고취약 매체들에 대한 확실한 지원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미 전병헌 의원이 관련 법안을 마련해 두었다니 고마운 일이다.

우리 사회에서 미디어렙 법안은 이미 방송광고시장 시스템이나 방송사들 간의 ‘손익계산’ 차원의 사안이 아니다. 민주통합당 당헌은 ‘종편 전면 재검토’를 명시하고 있다. 통합진보당은 ‘종편 폐기’ 입장이다. 종편을 전면 재검토하겠다면서 조·중·동 종편에 특혜를 주는 미디어렙 법안에 동의한다면 국민들은 민주통합당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최민희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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