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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3.07 19:24 수정 : 2012.03.07 19:24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수학의 영역에서도 완전함은
닿을 수 없는 곳에나 있는데
하물며 기계 시스템은 어떻겠나

후쿠시마 핵발전소가 폭발한 지 이제 1년이 돼 간다. 텔레비전에 비친 그 충격적인 영상이 아직도 내겐 생생하다. 어떤 경우에도 방사성 물질의 유출을 허용하지 않는, 완벽하게 안전한 핵발전소를 만드는 게 기술적으로 가능한 일일까?

핵발전 시스템은 복잡계다. 복잡계란 단순히 그 구성요소가 많은 시스템을 뜻하지 않는다. 아무리 구성요소가 많아도 부분의 합이 전체인 선형 시스템은 복잡계가 아니다. 구성요소 그 자체보다 그것들 간의 상호작용이 더 중요한 비선형 시스템이 바로 복잡계다. 따라서 복잡계에선 전체를 요소로 환원하는 분석적 방법론이 효과적이지 못하다. 전체가 단순히 부분의 합이 아니기 때문이다. 복잡계의 미래를 완벽하게 예측할 수 있다고 하거나 그런 복잡계를 설계할 수 있다고 하는 건 형용모순이다. 복잡계를 복잡계가 아니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기 때문이다.

체르노빌에서와 같은 사고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후쿠시마 같은 사고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까지 난 사고는 모두 다른 유형의 원자로에서 다른 원인으로 발생하였다. 문제가 생기면 그 해법으로 안전장치를 강화해 같은 상황이 반복되지 않도록 할 수 있겠지만, 이렇게 보강된 안전망은 시스템을 더 복잡하게 만든다. 그 결과, 요소 간의 결합력과 상호작용이 더 커진 복잡계가 구성된다. 역설적이게도 이렇게 더욱 복잡해진 복잡계에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예측하기 더 어려울 수 있다.

괴델이 증명한 ‘불완전성의 정리’로, 우리는 모순이 없는 완전한 공리계가 존재할 수 없음을 안다. 이렇듯 수학의 영역에서도 완전함은 닿을 수 없는 곳에나 있는데, 하물며 인간이 만든 기계 시스템은 어떻겠는가. 과학자건 공학자건 과학기술 영역의 밖에 있는 사람이건, 사실 기계 시스템이 완전하지 않다는 건 다들 일상의 경험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우리 주변의 기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위험한 핵발전 시스템이 어떻게 완전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의도하지 않은 결과가 생기는 건 필연이다. 이런 문제를 확률로 우회하는 건 옳지 않다. 정확한 확률은 계산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설사 핵발전 옹호론자들이 제시하는 확률을 그대로 받아들인다 해도 그 확률이 0은 아니기 때문이다. 핵발전 관련 사고 발생 확률을, 이를테면, 비행기 사고 발생 확률에 견줘, 핵발전이 안전하다는 식으로 말하면 곤란하다. 비행기 사고가 나면 그 안에 있는 탑승객들과 추락 지점의 사람들만 다치지만, 핵발전소에서 사고가 나면 그 피해 규모는 전지구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원자력은 결코 지속가능한 에너지원이 될 수 없다. 우라늄의 매장량이 제한돼 있을 뿐만 아니라, 폐기물 처리라는 엄청난 부담을 미래 세대에 지우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험하다. 이 모든 비용을 고려하면, 핵발전은 경제성도 크지 않다. 치명적인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 것을 전제로 해도 말이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안전성을 기술적으로 완벽하게 보장하는 일이 논리적으로 가능하지 않음을 주장했다. 핵발전 이외에는 대안이 없다는 이야기도 이제는 설득력이 없다. 독일은 2022년까지, 스위스는 2034년까지 모든 원자로를 폐쇄하기로 한 바 있다. 독일은 핵발전 국가인 프랑스에 전기를 수출하기도 한다. 일본도 2050년까지는 모든 핵발전소를 폐쇄할 계획이며, 지금은 핵발전소 54기 가운데 단 2기만 운전하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서 핵에너지의 경제성은 작아지고 신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은 커질 것이다. 길게 봐도 50년 정도의 시간을 두고 차분히 준비하면 탈핵은 가능하다. 탈핵 말고는 대안이 없다.

윤태웅 고려대 전기전자전파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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