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2.04.23 19:27
수정 : 2012.04.23 1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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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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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천법 엄격 잣대 체험장 중지명령
‘상수원’ 팔당지역 비닐하우스 놔둔 채
이촌지역만 안 된다는 이유가 뭔지…
서울시는 한강 이촌공원에 약 1만3000㎡ 규모의 농사체험장을 만들어 피폐해진 지역 공동체를 살리는 사업을 진행할 계획이었다. 이 텃밭을 가꿀 1000개팀을 선정했고 참여팀 사전교육도 실시했다. 이에 지난 3월27일부터 10일 동안 국토해양부는 서울시에 농사체험장 조성사업을 중지하라는 공문을 세번 발송하고, 보도자료도 한 차례 냈다. 공문에는 사업을 중지하지 않으면 하천법에 따라 관련 공무원을 고발하겠다는 엄포도 들어 있었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둔치 텃밭조성 관련 갈등은 통상적인 업무협의 등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이례적인 방법으로 서울시를 압박했고, 결국 중지명령을 내렸다.
서울시는 애초에 스스로 텃밭을 가꿀 공동체를 모집해 이 텃밭을 농사체험장으로 운영할 계획이었다. 선발된 공동체는 개인이 아닌 이웃(3~7가구), 단체, 동호회, 부녀회, 경로당 등이다. 개인은 국공유지 경작 목적으로 하천점용 허가를 받을 수 없다는 게 국토부 입장인 반면, 서울시는 선정한 공동체가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개인과는 차원이 다르기 때문에 국토부의 하천법 해석이 자의적이라는 입장이다. 다툼의 여지는 있다.
또한 국토부는 경작이 하천환경에 해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이 중단 조처의 근거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하천법에 따르면 하천오염이 우려될 경우 국토부가 하천점용을 허가할 때 허가조건으로 하천오염 방지 조처를 하도록 돼 있다. 즉 하천오염 가능성이 하천점용 허가의 기준이 아니고,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아 하천이 오염된다면 국토부는 하천점용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그럼에도 서울시의 농사체험장 조성사업에 국토부가 유독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이유는 4대강 사업과의 연관성 때문인 듯하다. 팔당 두물머리는 4대강 사업 반대의 상징 지역인데, 최근 이곳에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시민들이 자신의 텃밭에 친환경농법으로 농작물을 가꾸는 행사를 열었다. 국토부의 심기가 불편했을 것이고, 결국 서울시의 텃밭조성사업에 과잉 대응을 했다. 참고로 4대강 마스터플랜은 대도시 및 중소도시 친수지구 및 복원지구의 경우 토지이용 계획으로 농사체험장을 추천하고 있다.
서울시는 2005년부터 2011년까지 이촌공원 지역에 땅콩·유채·코스모스·감자·냉이 등을 가꾸어 왔는데, 담당 공무원은 ‘예전같이 그냥 넘어가도 될 일을 국토부가 과민 대응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팔당댐 상류 경기도 지역의 경우 한강 둔치에 마늘과 유채꽃 등을 재배하고 있고, 하천법에서 금지한 비닐하우스까지 들어서 있다. 엄연한 하천법 위반인데도 국토부는 이를 그냥 놔두고 있다. 더구나 팔당댐 상류는 대부분 상수원 보호구역이지만, 서울의 이촌지역은 이에 해당하지 않는 점을 고려한다면, 하천법의 잣대를 엄격히 들이대야 할 대상은 팔당댐 상류, 즉 경기도 지역이다.
하천 둔치에서의 농작물 재배에 대한 불법 여부를 판단하는 데 국토부는 지극히 정치적이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또 국토부는 보도참고자료(4월6일치)에서,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받은 국토부가 친환경 생태 한강텃밭사업에 대해 환경오염 사업이라고 비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등의 발언을 한 서울시 행정부시장은 ‘중립적이고 공정하게 법집행을 담당해야 하는 공무원으로서 적절치 않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인해 보니 행정부시장은 ‘4대강 사업으로 환경을 훼손하고 있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누가 더 정치적이고, 누가 더 하천법을 불공정하게 집행했는가? 여기엔 4대강 사업 실패로 인한 국토부의 트라우마가 깊이 드리워져 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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