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13.04.24 19:17 수정 : 2013.04.24 19:17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코오롱워터텍의 뇌물사건을 비롯하여 4대강 사업에 관련된 비리가 연속해서 터져 나오고 있다. 그런데 지금까지 외부로 새어 나온 비리는 빙산의 일각일 것이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4대강 공사비 22조원 중 건설기계임대료 9조원이 건설회사에 부당이익으로 돌아갔다고 주장했고,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6조원의 사업을 22조원으로 부풀렸다고 성명서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그 엄청난 돈이 다 엉뚱한 데로 샜다고 본 것이다.

이 비리를 공정하게 조사하기 위하여 사업을 추진한 사람 절반, 비판적인 사람 절반을 섞어서 조사하고 서로 합의한 결과를 발표하라고 한다면 다들 웃을 것이다. 혹은 중립을 지킨다면서 긍정적인 시각도 부정적인 시각도 가지지 않은 중립적인 사람들로 조사하게 한다면, 그런 사람들은 이 문제에 관심도 열정도 없던 사람들이라 겉핥기식으로밖에는 조사할 수가 없을 것이다. 당연히 가장 예리한 관심을 가지고 지켜본 사람들이 조사를 해야만 가장 정확하게 내용을 파헤칠 수 있다. 그런데 4대강 사업에는 이 모든 기본적인 상식이 도전받고 있다.

국가의 중요한 사업은 사후에 결과를 모니터링해서 검증하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시정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그리고 이 검증 절차는 사업을 추진한 사람이 아니라 제3자가 해야 한다는 것도 상식이다. 그러나 4대강 사업은 지금까지 이런 과정이 전혀 무시되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 절차를 무시하고 온갖 거짓말로 자화자찬만 잔뜩 늘어놓았다. 그리고 정부가 바뀐 지금까지도 검증이 진행되지 않고 있는데, 아직도 ‘중립적’인 검증 방법을 찾고 있는 중이라고 한다.

4대강 사업이 홍수 막고 물 부족 해결하고 물을 깨끗하게 하여 강 생태계를 살리는 만병통치약이라고 떠들었지만 다 헛소리였다. 물이 흐르지 않자 녹조가 걸쭉하게 끼었으며 물고기와 조개들은 떼죽음을 당했고 강바닥에서는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농민들은 농지가 물에 잠기는 바람에 농사를 못 지어 원성이 자자하고, 지천들은 바뀐 물길에 적응을 못 해 무너져 내리고, 무리하게 축조한 각종 구조물들도 계속 파손되고 있다.

권력을 믿고 과학을 뒤틀어 거꾸로 주장을 하던 사람들은 이제 검증 과정에서 빠져야 한다. 새만금이나 동강댐 조사단에서 찬반 전문가들이 반반씩 들어간 것은, 사업이 시작되기 전이었으니까 그랬지만 4대강 사업은 이미 끝난 사업을 평가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정이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반대해오던 전문가들도 빠져야 한다는 주장은 잘못이다. 지금은 발생하고 있는 문제를 조사해야 하기 때문에 그동안 이 문제를 계속 추적하던 전문가들이 검증 과정에서 제약이나 방해 없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해줘야 정확하고 정밀한 평가 결과가 나온다.

문제를 파악한 뒤에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제시되어야 한다. 그러나 해결 방안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듯이 국민과의 소통 없이 독단적으로 추진해서는 안 되고 시민들의 합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 독일은 원자력과 에너지 정책을 결정할 때에, 원자력 분야의 전문가가 아닌 사람들 중에 사회에서 존경을 받는 사람들로 윤리위원회를 구성하여 원전을 찬성하는 전문가들과 반대하는 사람들의 주장을 다 듣고 토론을 거쳐 만장일치로 원자력발전소를 모두 폐쇄하기로 결정한 바 있다. 4대강 사업의 뒤처리도 그 분야 전문가가 아닌 건전한 일반 상식을 가진 시민들이 이런저런 의견들을 다 듣고 납득할 수 있는 대안에 합의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거쳐 해결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김정욱 서울대 명예교수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시론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