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05.01 19:07
수정 : 2013.05.01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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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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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장과 대치가 반복된 남북관계 속에서도 명맥을 유지해 오던 개성공단이 가동 잠정중단이라는 조처를 넘어 폐쇄를 눈앞에 두고 있다. 참으로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주지하다시피 남북 간에는 현저한 경제력 격차가 존재하고, 이 격차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장차 통일비용의 증대를 가져와 민족공동체 구성원 모두에게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한다. 이에 남북은 1991년 노태우 정부 아래서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이후 6·15선언, 10·4선언 등에서 일관되게 “민족경제의 균형적 발전을 도모할 중대한 사업”으로 남북경협사업을 위치짓고 이의 활성화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 왔다.
경협사업은 북한 경제에만 이득이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 경제의 위기 속에서 새로운 성장동력과 활로를 찾아야 하는 우리 경제에도 유일한 탈출구다. 아울러 정치군사적 갈등과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동북아시아에서 북한 경제의 개발 잠재력을 바탕으로 해 역내 국가 간의 경제적 교류의 확대를 통해 평화적 토대를 확보한다는 한층 중차대한 의미도 지니고 있다.
국제사회의 제재와 내부 생산 활동의 저하로 북한 경제는 세계적 최빈국 상태를 모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인구 2400여만명이 살고 있는 북한은 그 자체로 커다란 시장이며, 고학력을 바탕으로 한 양질의 노동력 공급자이자 제조기지, 희귀 자원의 세계적 보고이다. 아울러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물류 루트로서 북한의 개발 잠재력은 무한하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에는 북한 근로자 수십만명이 진출해 있다. 역사는 경제적 교류가 많은 나라들끼리는 전쟁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정부는 개성공단 기업들의 피해에 대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가장 좋은 대책은 이른 시기에 가동을 재개하는 것이다. 물론 그간의 가동 중단에 따른 피해 대책은 당연히 마련해야 한다. 그리고 금강산 관광은 중단된 지 4년이 훨씬 넘었고, 5·24 조처로 사업이 중단된 내륙지역 투자자 및 위탁·가공교역 사업자들, 개성공단에 입주는 했지만 노동력 공급을 제대로 받지 못해 가동할수록 적자만 누적되고 있는 후발기업, 신규투자 금지에 의해 자산이 동결된 입주 예정 기업들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소홀함이 없어야 한다.
아울러 이참에 남북경협사업의 안정성 확보와 공고화를 위한 제반 정책 및 제도를 근본적으로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먼저 남북경협사업을 정경분리, 민관분리의 원칙에 입각하여 진행해야 한다. 경협사업은 관 주도가 아닌 민관이 함께하는 민관협치구조로 진행해야 한다. 정부의 대책 마련 과정에서 당사자인 기업은 없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업의 안정성은 보험이 보장한다. 경협사업에도 경협보험이 있기는 하지만 허술하기 그지없다. 3515억원에 불과한 보험 재원도 시급하게 큰 폭으로 확충해야 한다. 대위권 변제 각서 요구와 같은 가입 장벽을 없애고, 70억원에 불과한 가입 한도도 폐지해야 한다.
어떤 평화도 나쁜 평화는 없고, 어떤 전쟁도 좋은 전쟁은 없다. 남북경협 활성화는 통일을 지향하는 민족 구성원 모두에게 부여된 시대적 소명이다. 현재의 상황은 있어서는 안 될 불행한 사태로서 재앙이다. 그러나 지금은 누구의 책임을 말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희망의 끈을 놓지 말고 자그마한 실마리라도 찾아서 사태의 악화를 막고 재개의 소중한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 남과 북의 위정자들에게 경협 활성화를 위한 지혜를 발휘해 줄 것을 간절히 호소한다.
정범진 남북경협활성화추진위원회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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