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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3.06.17 19:27 수정 : 2013.06.18 09:19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문명사회와 야만사회를 가르는 기준이 무엇일까? 문명사회라 함은 아마도 그 사회에서 가장 힘들고 어렵게 사는 사람들, 집도 절도 없고, 손을 내밀 가족이나 친척도 없이 막막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인간적인 삶의 조건을 만들어주는 사회일 것이다. 이런 점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우리 사회를 문명사회이게 하는 최소한도의 도덕적인 기초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현 정부 들어서서 총체적인 위기에 빠져 있다.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다음과 같은 세 가지 기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나이와 성별, 그리고 근로능력 여부와 상관없이, 소득이 일정 수준 이하인 저소득층에게 기초적인 생활을 보장하고 있다(법 제5조). 둘째, 수급자의 생활수준은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해서 최저생계비 이상이 되도록 보장하고 있다(법 제7조). 셋째, 전문가와 공익대표 그리고 공무원으로 구성된 생활보장위원회가 제도의 기본 골격에 해당하는 주요한 내용을 심의·의결하도록 하여 민주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있다(법 제20조). 이러한 세 가지 기둥을 가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2000년 10월 시행 이후 지금까지 우리 사회 최후의 사회안전망으로서 기능하고 있다.

하지만 대선 기간부터 지금까지 줄곧 ‘맞춤형 복지’와 ‘일을 통한 지원’을 강조하고 있는 현 정부와 집권당은, 그 첫번째 실험대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전면적인 개편을 시도하고 있다. 지난 5월14일 주무부서인 복지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부처는 합동으로 ‘맞춤형 복지를 위한 기초생활보장제도 등 개편방안’을 발표했고, 곧이어 집권 새누리당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개편의 방향과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면, 기초생활의 보장이라는 우리 사회의 도덕적 기초를 무너뜨리는 개악에 가깝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첫째, 인수위 보고서부터 최근의 개정법률(안)의 흐름을 보면,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를 근로능력자와 근로무능력자로 나누어 별도의 급여체계로 운영하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개정법률(안)의 구체적인 시행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연구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연구’에서는 “근로능력자에 대한 소득보장은 고용과의 연계를 전제할 수밖에 없다”고 명시적으로 밝히고 있어, 근로능력자에 대해서는 별도의 급여체계를 추진할 것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둘째,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서 최저생계비는 수급권자 선정 기준이자 급여의 기준선이 되는 가장 중요한 개념이다. 하지만 개정법률(안)을 보면 이러한 최저생계비의 기능을 철저하게 부정하고 있다. 곧 최저생계비 계측을 포기하고 빈곤실태조사로 대체하도록 하고 있으며(안 제6조의 2), 더욱이 생계급여와 의료급여 수급권자를 최저생계비가 아니라 “소득인정액이 보건복지부 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안 제8조)으로 규정하여, 행정부의 재량급여로 전락시키고 있다. 이대로 개편될 경우, 소득인정액과 급여를 합하여 최저생계비 이상의 생활수준을 보장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기본 골격이 무너지게 된다.

셋째,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서는 전문가, 공익대표 그리고 공무원으로 구성되어 있는 생활보장위원회가 소득인정액 산정 방식, 급여 기준, 그리고 최저생계비 등 제도의 골격을 이루는 중요한 내용을 결정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개정법률(안) 제20조를 보니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 기능이 사회보장위원회(사회보장기본법 제20조)의 심의·조정을 거친 경우에는 생략될 수 있다고 규정하여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존립 근거를 위협하고 있다. 결론적으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편의 방향은 이전의 생활보호 시대로 회귀하는 개악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지금이라도 기존의 개편 논의를 원점에서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문진영 서강대 교수·사회민주주의센터 공동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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