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13.12.23 19:11
수정 : 2013.12.23 1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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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호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이사장·현 하버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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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가을 평창에서 유엔 생물다양성(CBD)협약 당사국 총회가 열린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은 누구나 아는데 2014년 평창 생물다양성 총회는 너무나 주목을 못 받고 있다. 생물다양성 총회에는 193개 당사국이 참여하니 규모 면에서 동계올림픽보다 몇 배나 크다. 동계올림픽이 일회 경과성에 흐를 가능성이 큰 데 비하여 생물다양성 총회는 한국의 생물산업시대를 열고 인류의 생명문명시대를 여는 문명사적 전기가 될 수 있다. 그런데 어찌 이럴 수 있는가.
유엔은 1992년 리오 지구환경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및 사막화방지협약을 체결한 후 생물다양성협약총회를 2년마다 개최해 오다 2010년대를 ‘생물다양성의 10년’으로 정하고 그 기본 규범으로 나고야 의정서를 내놓았다. 그리고 내년 9월29일부터 3주간 열리는 평창 총회를 기다리고 있다. 이때 7회 바이오 안전성을 위한 카르타헤나 의정서 조약국회의(MOP7)도 함께 연다. 2010년 나고야 총회 때는 개최 2년 전부터 일본의 매스컴이 붐을 조성하고 정부와 산업계가 총동원되다시피 준비하였다. 그 결과 기후변화협약에서 ‘교토 의정서’를 만든 일본이 생물다양성협약에서 ‘나고야 의정서’를 만드는 성과를 거두었다. 지금 한국의 상태는 태풍 앞의 고요가 아니라 태풍 앞의 낮잠 상태라고 할까. 관련 정부부처부터 낮잠을 깨야 한다. 평창 생물다양성 총회를 띄우면 그 후 평창올림픽을 위한 생태계 파괴도 어렵고 골프장 조성도 어려우니 일부러 죽인다는 음모설도 떠돈다.
사실 나고야 총회는 생물자원보유국의 자원주권 강화와 그 이용국의 이익 공유라는 충돌하는 문제를 타협하는 의정서를 채택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아이치 타깃은 모두 생물을 경제적 자원으로써 상업적 이용의 대상으로만 취급하여 20가지 타깃을 기계적으로 나열하고 있다. 전체를 안으면서 새로운 가치로 승화시킬 수 있는 통합비전이 없다. 우리는 결론적으로 생명개념을 내세울 수 있다고 본다. 생명론으로 근본적 통합비전을 세워 평창 총회에서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을 생명다양성(Life-Diversity)으로 진화시켜 보자는 것이다.
생물의 자원적 내지 경제적 이용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지만, 그것에 앞서 생명존중의 원칙을 확립해 둠으로써 동물해방론이나 동물복지론을 안으면서 생물의 경제적 이용에 새로운 지평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생명철학의 복원과 생물자원의 경제적 이용 간의 모순과 갈등의 타협-균형-해결 문제야말로 중요하고 난해한 평창 어젠다이다.
실학자 홍대용은 생물이 인간을 보는 입장과 인간이 생물을 보는 입장의 대립을 넘어 하늘이 보는 입장으로 갈 것을 권고했다. 우리는 ‘홍익인간’ 개념을 ‘홍익자연’ 개념으로 확장할 것을 제기했다. 인간이 널리 자연을 이롭게 하면 자연이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한다는 함의이다.
이러한 통합비전을 세우면서 생물다양성을 문화다양성 및 산업다양성과 연계하는 전략을 세울 것을 건의하고 싶다. 생물과 문화와 산업이 서로 분리 단절되는 시대는 종말이 왔다. 이제 생물 문화 산업이 서로 연결 상생하는 평창어젠다가 절실하다.
이미 아이티(IT)보다 비티(BT)가 더욱 발전하고 있고 생물다양성 관련 시장이 기후변화 관련 시장보다 배 이상 커진 가운데 비티산업이 신성장동력으로 연 10% 이상 성장하고 있다. 아이티와 비티의 결합으로 생물의 특성과 기능이 새로 밝혀지고 있고 생물모방기술 혁신이 폭발적으로 일어나 청색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 일자리 만들기가 가장 활발한 곳도 이 분야이다. 이제 정부의 산업 관련 부서가 나서 생물산업 혁명시대를 열어야 한다. 평창 총회 말고 어떻게 그 전기가 마련될 수 있겠는가.
김영호 생물다양성한국협회 이사장·현 하버드대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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