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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10 18:10 수정 : 2017.08.10 20:35

김현동
배재대 교수·조세법

문재인 정부의 첫 세법개정안이 발표되었다. 증세 규모로는 연간 5조5천억원 수준이다. 그런데 개정안을 두고 당장 나오는 말은 그 정도 증세로 충분하겠느냐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재원이 부족할 것이라는 가정하에 추가 증세에 관한 여러 주장이 제기된다. 불로소득에 대한 과세를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부터 ‘핀셋 증세’가 아닌 ‘보편적 증세’에 대한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특히 보편적 증세론에서 빠지지 않는 단골 메뉴는 ‘국민개세주의’에 터 잡아 과반에 가까운 근로소득자 면세비율을 손봐야 한다는 것이다. 복지국가로 향하는 가보지 않았던 길을 가려다 보니 세금에 관한 생각들도 어지럽기만 하다. 증세 논의의 올바른 방향은 무엇일까.

국가 운영에 필요한 재원 조달을 위해 국민들이 세금을 공평하게 부담해야 한다는 것쯤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어떻게 하면 공평하게 나눌 수 있는가에 있다. 그런데 공평은 주관적 가치 판단의 영역에 속한다. 다시 말해 어떻게 나누면 공평한지 딱 부러지는 정답은 애초부터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사회 구성원이 머리를 맞대어 합의를 거쳐 결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지만 비록 결론은 합의에 따르더라도 판단에 필요한 객관적 사실들이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가 있어야 한다. 무슨 말인가.

누가 얼마의 세금을 부담할지를 결정하기 위해서는 세금에 관한 정보가 판단에 유용한 수준까지는 공개돼야 한다. 즉 다른 사람들이 세금으로 얼마를 내고 있는지를 알아야 내가 낸 세금이 적정한 수준인지를 판단할 수 있다. 만약 특정소득계층(C그룹)이 소득 대비 지나치게 적은 세금을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면, 증세가 필요할 때 C그룹으로부터 큰 조세 저항 없이 동의를 이끌어낼 수도 있다. 그런데 지금 우리 정부가 공개하고 있는 세금 관련 통계가 방대함에도 이런 점에서는 깜깜이다. 다시 말해 소득 계층별 세부담 비율에 관한 자료가 공개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과연 제대로 C그룹으로 찾아간 것은 맞는지 번지수 논란부터 증세 대상이 된 그룹은 왜 자신들이 ‘핀셋’에 집히게 되었는지를 동의 못 하는 상황까지 온갖 소모적인 논쟁과 갈등이 일어난다.

이런 이유에서 적어도 계층별로 소득 총액 대비 납부한 세금 총액(실효세율) 정도는 공개돼야 한다. ‘과세정보 공개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스웨덴, 노르웨이, 핀란드와 같이 누구나 다른 사람의 소득과 세금 내역을 열람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말이다. 정리하자면 증세 논의는 소득 계층별 실효세율을 놓고 시작됨이 옳다. 참고로 실효세율과 명목세율이 같지 않은 현실은 다른 나라들도 마찬가지다. 미국의 억만장자인 워런 버핏이 비서보다 자신에게 적용되는 세율이 낮다면서 부자 증세를 촉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렇게 세금 문제를 제대로 이해하고 논의의 틀을 올바르게 잡고 나면 비로소 그동안 우리를 어지럽힌 온갖 ‘미신’을 가려낼 수 있게 된다. 소득세 면세점 아래에 속한 근로소득자가 많든 적든 부가가치세를 부담한다는 진실은 보지 못한 채 국가에 세금 한 푼 내지 않는 무임승차자로 보는 오해나 맹목적인 근로소득 면세비율의 인하 주장, 혹은 최하위계층에게 10만원이라도 물리면 공평 과세가 실현된다는 생각이 그저 미신에 가까운 믿음에 지나지 않음을 깨달을 수 있다. 나아가 국민개세주의도 우리 법체계에서 실체도 없는 한낱 미신에 불과하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증세에 대한 국민적 합의는 결코 실현 불가능한 것일까? 그럴지도 모른다. 세금 문제를 과학적으로 풀지 않거나 미신에 기대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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