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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8.12.17 18:04 수정 : 2018.12.18 10:08

양재진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10일간의 단식 끝에 독일형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여야가 뜻을 모았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가 ‘제2의 민주화 운동’이라고 규정한 선거법 개정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선거제도 개혁의 핵심 키워드는 ‘비례성’이다. 1등 한 인물만 국회에 입성하는 소선거구제는 지역 텃밭을 가지고 있는 큰 정당에 유리하다. 2등 이하를 지지한 표는 사표가 되고, 작은 정당이 설 자리가 없게 된다. 반면 큰 정당, 작은 정당 할 것 없이 지지율대로 의석을 나누는 비례대표제는 공정하다. 정당득표율로 국회 의석이 정해지기에 정당 간 정책 대결을 유도한다. 게다가 독일의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를 병행하기에 직능별, 계층별 이해관계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제도 중앙정치에 수렴된다.

비례성 구현은 분명 가야 할 방향이다. 그러나 비례성만을 앞세운 선거제도 개혁이 되면 안 된다. 비례성과 대표성이 민주주의의 전부가 아니기 때문이다. 통치 가능성과 책임성이 담보된 민주주의여야 한다. 개혁론자들은 독일식 비례대표제를 모델로 삼으면서, 한 가지만은 애써 눈을 감고 있다. 다름 아닌 봉쇄조항이다. 2차 대전 후 독일은 민주공화국으로 재탄생하면서, 전국 정당득표율 5%를 넘는 정당만 국회 의석 배분에 참여시키고 있다. 5% 문턱을 넘지 못하는 정당은 국회의원을 배출 못 한다. 반면에 우리나라 선거제도 개혁을 이끌고 있는 정의당은 2%의 낮은 문턱을 제시하고 있다.

독일이 5%의 높은 문턱을 두는 이유는 바이마르공화국에 대한 반성 때문이다. 바이마르공화국은 최소 6만표만 획득하면 국회 의석 배분에 참여하는 완전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 공산당과 나치당을 포함해 좌우 이데올로기의 양극단에 포진한 수많은 작은 정당이 의회에 진출했다. 개별 이익과 경직된 이데올로기로 무장된 다수의 작은 정당으로 인해 공익과 상식에 부합하는 의사결정은 이루기 힘들었다. 진보가 다수였지만 의회정치의 무능력에 시민들은 지치고 실망했고, 히틀러의 전체주의에 빠져들어 갔다. 전후 이탈리아도 독일처럼 민주공화국으로 재탄생하고 비례대표제를 채택했다. 그러나 외눈박이였다. 파시즘에 대한 반성으로 민주주의의 구현을 최고 지상가치로 여기는 것까지는 좋았는데, 문턱이 낮은 비례대표제를 시행했다. 그러자 정당이 난립하고 정부의 수명은 평균 9개월에 그치며, 어떠한 주요 결정도 못 내리는 나라가 되었다. 이에 대한 반성으로, 1993년 국민투표를 통해 소수 거대정당을 의도적으로 키우기 위해 소선거구 제도도 도입해보고, 2005년부터는 선거에서 승리한 다수당에 무조건 의회 과반을 넘는 340석을 보장하기도 하였다. 전두환 시절에나 볼 수 있었던 다수당 보너스 제도를 시행할 만큼, 이탈리아에서 정국 안정은 절박한 과제이다.

유럽의 모범 내각제 국가들은 의도적으로 온건다당제를 만들어, 작동하는 민주주의를 구현하고 있다. 독일은 5% 문턱에 6개 정당만이, 복지국가의 대명사 스웨덴도 4% 봉쇄조항에 8개 정당만 의회에서 활동한다. 한국은 대통령제 국가다. 비례대표제가 도입되면 만성적인 여소야대가 될 것이다. 디제이피(DJP) 연합처럼 2개, 아니면 많아도 3개 정당이 의회 내 다수연합을 형성할 수 있는 온건다당제가 그 어느 나라보다 절실하다. 개헌을 해 내각제를 도입하더라도, 비례성만 앞세운 균형 잃은 선거제도가 가져올 통치 불가능성의 문제를 피할 수는 없다. 앞으로 국회에서 비례성, 대표성과 함께 통치 가능성과 책임성이 함께 논의의 단상에 오르길 기대한다. 지나침은 모자람만 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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