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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8.14 21:01 수정 : 2008.08.14 21:01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한겨레프리즘

5년 전 금강산 관광은 중대 기로에 서 있었다. 2003년 8월4일 새벽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이 투신 자살했다. 개성공단 착공식이 있은 지 불과 한 달여 만이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뜻을 이어받은 그의 집념으로 버텨오던 현대그룹은 혼란에 빠졌다. 현대아산의 대북사업은 토지공사와 관광공사의 참여와 뼈를 깎는 자구 노력으로 가까스로 정상을 되찾았다. 그러나 5년 만의 박왕자씨 피격 사망사건은 또다른 재앙이었다. 금강산 관광의 역사는 험난한 남북 관계임과 동시에 시련 그 자체다.

부인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정몽헌 회장 5주기인 지난 4일 ‘묘소 참배’ 공식행사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 참담한 심정과 현대아산이 직면한 위기는 올림픽 금메달 소식에 묻혀버린 듯하다. 현대아산은 9월까지 관광이 중단될 경우 400억 이상의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 금강산 관광의 희생은 관광의 중단에 그치지 않는다. 그동안 쌓아왔던 신뢰의 상실 등 남북 관계 역시 깊은 상처에 신음하게 될 것이다.

이미 그 아픔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다. 전세계인이 지켜본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서 남북은 따로였다. 12일 톈진에서 벌어진 북한과 독일의 여자축구 경기는 더 심했다. 400여명의 남쪽 코리아 응원단은 한반도기를 들고 목이 터져라 북의 승리를 기원했다. 하나된 독일 앞에 반쪽 코리아로는 역부족이었을까? 결과는 북의 0 대 1 패배였다. 누군가의 지시를 받은 듯 북쪽 선수들은 남쪽 응원단을 애써 외면했다. 8강 진출 탈락의 낭패감이 너무 컸기 때문일 거라고 애써 위로하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지금의 정세는 남북 관계가 금강산 관광을, 금강산 관광의 피격 사건은 남북 관계의 발목을 잡는 형국이다. 그러나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아니다. 지난 아세안지역포럼 의장성명에서 보았듯이 6·15 공동선언과 10·4 정상선언을 부정하는 듯한 태도로는 진상조사는 고사하고 문제는 또다른 문제를 낳는다. 남쪽의 금강산 관광 잠정 중단은 불가피한 조처였다. 그러나 북은 금강산 내 남쪽 인원의 철수 요구로 맞섰다. 언제까지 남쪽 합동조사단의 고만고만한 발표만 계속할 것인가. 김하중 통일부 장관은 12일 통일교육원에서 열린 이산가족 초청행사에서 “금강산 사건을 남북한 관계 발전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진상조사 요구로 남북 관계를 풀 수는 없다. 오히려 남북 관계가 풀리면 진상조사도 가능하다고 봐야 할 것이다.

일본은 6자 회담에서 일본인 납치자 문제의 우선 해결을 내세웠다. 그건 핵 문제의 진전 과정에서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다. 일본은 고립을 자초했다. 13일 선양에서 열린 북-일 국교 정상화 실무회의에서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재조사에 합의한 것은 북한의 핵신고와 미국의 테러지원국 해제 통보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었다.

마침 남쪽 모래운반선과 북쪽 어선의 충돌로 북쪽 어민이 사망한 사고가 있었다. 북쪽은 ‘깊은 밤에 발생한 우발적 사고’라고 결론을 내렸다. 물론 금강산 피격 사건과는 성격이 다르다. 그러나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음에도 의도적인 도발이니 등 뒤에서 총격을 가했느니라며 몰아세우는 남쪽 내부의 태도는 ‘동포애적인 자세’와는 거리가 멀다. 상호 신뢰가 있었다면 김하중 장관의 말대로 금강산 사건은 남북 관계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었다. 6·15와 10·4 선언에 대한 모호하고 때로는 부정적인 자세가 이 정부에 대한 북한의 불신을 초래했다는 걸 인정해야 한다. 그 불신을 걷어내고 그동안 쌓아온 신뢰를 회복한다면 금강산 문제를 풀 길은 열릴 것이다.

강태호 남북관계 전문기자 kankan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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