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요메뉴 바로가기

본문

광고

광고

기사본문

등록 : 2008.12.02 20:59 수정 : 2008.12.02 20:59

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

한겨레프리즘

몸에 대해 조금씩 알게 되면서 우리 사회도 몸처럼 굴러가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다. 우리 몸의 작동 원리는 조화와 상생이라는 말에 잘 어울린다. 모든 기관은 각자 자신의 일을 묵묵히 한다. 하지만 위기가 오면 함께 대응한다.

단식처럼 영양 공급의 중단과 같은 위기가 닥칠 때 몸의 상생 메커니즘은 더욱 훌륭하게 작동한다. 단식을 제대로 잘할 경우 건강해지는 이유는 몸이 위기를 체질 개선의 시기로 활용하기 때문이다.

단식을 하면 우리 몸은 혈관 안의 노폐물이나 남아도는 지방 등 불필요한 것들을 먼저 가져다 쓴다. 일부 만성질환이 개선되고 군살이 빠지는 이유다. 그렇게 만들어진 에너지는 필요한 곳에 골고루 보내진다.

경제 위기에 처한 우리나라도 단식과 비슷한 상황이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복지를 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곳에서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수천만원 없어도 생존에 지장이 없는 ‘강부자’들의 세금을 줄이는 일이 그렇게 서둘러 처리해야 할 시급한 일은 아니다. 비록 종부세의 징벌적 성격을 둘러싼 논란이 있다 하더라도 말이다.

단식을 하면 혈액순환이 빨라진다. 몸 안의 독소를 외부로 빨리 내보내고 노폐물이나 여유 지방에서 얻은 에너지를 필요한 곳에 고루 서둘러 보내기 위해서다. 혈액순환은 사회로 보면 재화의 유통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재화의 유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 기업들에 필요한 돈이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영세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나 자영업자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혈액 공급이 제때 안 되면 괴사하는 말단 세포의 처지에 놓일 가능성이 크다.

몸은 위기 때 나눔의 미덕을 발휘한다. 단식이 오래 지속되면 몸은 고통을 골고루 분담한다. 주요 장부들도 단기적으로는 자신의 근육 일부를 떼어내 에너지원으로 내놓는다. 그렇게 만든 에너지는 골고루 쓰인다. 중요한 장기라고 먼저 더 많이 주지 않는다. 도리어 취약한 곳 다시 말하면 병이 든 곳부터 쓰도록 한다. 한의학이 넘치는 곳의 에너지는 사(瀉)하고 모자라는 곳을 보(補)함을 치료 원리로 삼는 것은 에너지의 고른 분배가 건강의 조건임을 알기 때문이다.

한 사회의 건강성도 몸처럼 에너지가 고루 퍼져 있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공존이나 중앙과 지역의 공생이 필요한 이유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많이 가진 이들이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많은 부를 축적하는 쪽으로 움직여 가고 있다. 부와 학력이 세습되는 쪽으로 조세 제도와 교육 제도가 조금씩 바뀌는 모습에서 그러함을 느낀다.

건강의 척도 가운데 하나는 온기다. 몸 전체가 따뜻한 사람은 건강한 사람이다. 그의 몸에서는 혈액이 심장에서 가장 먼 손끝과 발끝까지 제대로 순환되고 있다. 또다른 척도는 유연함이다. 유연함은 훼절이 아니라 부드러움과 너그러움을 뜻한다.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굳고 강한 것은 죽음의 무리에, 부드러움은 삶의 무리에 속한다고 했다. 생명력이 왕성한 아이들의 몸은 따듯하고 유연하다. 나이가 들수록 몸이 차가워지고 굳어간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이웃을 향한 따뜻한 마음과 너그러움을 지니고 있으면 건강한 사회다. 2008년 겨울, 대한민국은 어떤가? 어려움에 처한 이웃들을 돌볼 따뜻함도, 헐벗고 굶주린 북녘 동포를 감싸 안는 너그러움도 없다.

몸의 군주는 심장이다. 우리 사회의 심장은 대통령이다. 하지만 현 대통령의 눈에는 생존의 위기에 몰린 서민들보다 펀드나 주식을 할 여유가 있는 사람들만 보이는 것 같다. 따뜻한 날씨에도 올겨울이 더 추운 이유다.

권복기 노드콘텐츠팀 기자 bokkie@hani.co.kr

광고

브랜드 링크

기획연재|한겨레 프리즘

멀티미디어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광고


한겨레 소개 및 약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