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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9.05.21 22:04 수정 : 2009.05.22 01:45

정의길 국제부문 선임기자

한겨레프리즘

정말 이것만은 현실화되지 않기를 빌고 빌었다. 지난해 9월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세계적인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가장 우려하던 시나리오였다. 그것은 금융위기 대책으로 푼 돈과 규제 해제로 말미암아 올해 봄쯤 반짝거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였다.

리먼브러더스 사태 이후 미국 등 선진국은 금융위기를 부른 탈규제를 반성하고, 자산시장에 대한 감독과 규제를 논의하고 시행해왔다. 그러나 한국은 무풍지대였다. 이명박 정부는 출범 때부터 종부세 폐지를 마치 혁명공약처럼 밀어붙이는 등 부동산 규제를 해제했다. 리먼브러더스 이후 금융위기도 이명박 정부에 아무런 교훈도 주지 못했다. 오히려 경기를 살려야 한다며 금산분리 완화 등 규제의 고삐를 더 풀어젖혔다. 강남권의 한 한나라당 의원은 “투기하라는 것”이라고 노골적으로 말했다.

이제 그들의 희망은 실현되고 있다. 시중에 800조원이 넘는 돈이 떠돌고, 부동산과 주식시장은 흥청이고 있다. 송도의 한 아파트 분양에 수만명이 몰리고, 하이닉스 주식 공모에는 26조원의 돈이 몰려 한국의 기업 공모에 몰린 자금 규모는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20일 <와이티엔> 등 방송에 출연해 지금 자산시장 상황이 거품이 아니라는 말을 했다. 시장의 일부 상황을 언론이 집중적으로 보도했다는 것이다. 경기가 바닥을 쳤냐는 논란도 어느새 증발했다. 윤 장관의 말처럼 곧바로 거품이냐 아니냐로 진입한 것이다.

눈을 밖으로 돌려보자. 지금 한국 같은 상황이 벌어지는 나라가 어디에 있는지. 지난 3월 이후 세계 각국 증시가 30% 안팎 상승하긴 했다. 이를 두고 이제 경기가 바닥을 쳤는지 논쟁할 뿐이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경기후퇴의 최종 결과물인 실업은 계속 증가하고 있다. 미국의 4월 현재 실업률은 8.9%이며, 내년엔 10%를 웃돌 것이라는 게 공통 의견이다.

금융위기의 근원지인 미국 주택시장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19일 발표된 4월 주택 신축은 12.8%나 떨어져 45만8000채에 그쳤다. 1959년 1월 이후 최저다. 미래의 건축 활동을 보여주는 신축허가율도 3.3% 떨어져, 49만4000채로 1960년 1월 이후 최저다. 이를 두고 주택 공급이 줄어들어 주택시장이 안정세로 들어갈 것이란 낙관론과 이는 예상보다 나쁜 수치라며 주택시장은 여전히 ‘자유낙하’중이라는 비관론이 맞선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주택시장이 바닥을 쳤다 해도 주택가격의 하락 멈춤만을 의미한다. 주택시장의 불황은 여전할 것이란 얘기다.

1930년대 대공황에 비견되는 금융위기 반년 만에 번지는 반짝거품 이후는 상상하기도 버겁다. 이명박 정부가 미친 듯이 밀어붙였던 고환율도 이제 약발이 다했다. 한국 등 신흥경제국의 수출을 떠받쳐 주던 미국의 거품소비 붕괴 효과도 본격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한국 경제의 본질적인 문제는 윤증현 장관 같은 정책당국자가 투자와 투기를 구분 안 하려 하고, 자산시장 거품을 일관되게 ‘고무·찬양’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국가단체를 고무·찬양하면 잡아가는 국가보안법처럼 투기를 고무·찬양하면 잡아가는 경제보안법은 없는 것일까? 그런 경제보안법도 없고, 이명박 정부가 자산시장 거품 고무·찬양 정책을 포기할 리도 없다. 건설회사 사장으로 배운 것이 그것밖에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이명박 정부 이후 청문회라도 준비하는 것이다. 노무현에 대한 먼지털기식 수사처럼 파헤쳐야 한다. 금융위기 반년 만에 보는 거품사태. 나는 정말로 이 이후가 무섭고 두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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