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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1.06.12 19:18 수정 : 2011.06.12 19:18

김진철 esc팀장

경찰의 대응은
고리타분하다
‘등록금 프리덤’을
이길 수 있겠나

그룹 유브이(UV)의 정체는 애매모호하다. 배꼽잡게 웃기는데 노래 역시 재밌다. 개그맨 유세윤과 보컬 뮤지(본명 이용운)가 내는 시너지다. 랩하고 노래 부르는 가수라고도 하고 그냥 웃기려고 만든 개그팀이라고도 한다. 사람들은 헷갈려 한다. 헷갈림은 혼란스럽지도 짜증스럽지도 않다. 유쾌하고 즐겁다. 이들의 대표작 ‘이태원 프리덤’은 정말 독특하다. 웃기고 신나면서도 뭔지 모를 애환이 묻어난다. 여러모로, 그들 스스로 주장하듯 비주류적이다. 강남도 신촌도 홍대도 아닌 이태원에서 그들의 즐거움을 찾았다고 노래하는 뮤직비디오를 보노라면, 어이없으면서도 킥킥거리고 만다. 유브이가 유부남 둘이라는 뜻이라니, 30대 유부남의 삶의 고뇌가 엉뚱하게 묻어나는 듯도 하다.

이들의 존재 자체가 패러디다. 가수들에 대한 것이기도 하겠지만, 재미없는 세상에 대한 풍자일 수도 있겠다. 패러디란 ‘대응노래’ ‘파생된 노래’라는 뜻의 고대 그리스어 ‘파로디아’(parodia)에서 비롯됐다. 접두어 ‘파라’(para)는 ‘반대하는’(against)이라는 의미다. 지루하고 팍팍한 일상에 반대하는 데는 노래가 최고다. 우리말 ‘노래’의 어원은 ‘놀다’에 있다. ‘놀’에 명사화 접미사 ‘애’가 붙어 노래가 됐다고 한다. 놀이나 노래나 다르지 않다는 것. 노래와 개그 역시 이런 점에서 쉽게 이어진다.

20~30대 젊은층이 유브이에 바치는 열광은 이런 연유에서가 아닐까. 사교육 열풍, 비싼 등록금, 취업난, 상시 구조조정, 불안한 미래 등 찌질하고 후진 일상에 지친 이들에게 필요한 건 웃음일 테니. 가려운 데를 긁어주며 웃긴다면 더할 나위 없을 터. 그래서 그 자체 패러디적인 ‘이태원 프리덤’은 유브이에 공감하는 이들에 의해 ‘강남 프리덤’을 비롯한 다양한 버전의 패러디로 거듭나왔다.

서울대생들이 만든 ‘총장실 프리덤’은 패러디 중 패러디다. 정말 잘 반대하며 놀고 있다. 서울대 법인화에 반대하며 총장실을 점거중인 학생들의 발칙한 상상력이 유쾌하다. 여기에서 그들은 “더 이상 날치기는 없다”고 선언하고 “더 이상 총장도 없다”고 야유한다. “학우들은 점거중”인데 “총장님은 부재중”이고 “언론들은 왜곡중”이라고 두루 꼬집는다. 지난해 말 서울대 법인화 관련 법안이 국회에서 예산안에 파묻혀 함께 날치기 통과됐고 오연천 총장은 학내 여론을 외면하고 있으며 학생총회와 투표를 거쳐 본부 점거가 이뤄졌음에도 다수 언론은 기습 점거라고 보도하고 있다. 이 모든 부조리가 ‘총장실 프리덤’에선 발랄한 풍자의 대상이다. 그야말로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고 있다.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반값 등록금 시위 역시 젊고 순수하고 발칙하다. 거리에서 책읽기에 나서고 전의경들과 간식을 나누려 시도하기도 했다. ‘반값 등록금 실현하라’는 어깨띠를 걸친 반가사유상 사진이 등장하기도 했다. ‘등록금 프리덤’도 만들어지고 있다. 대학 예산이 허투루 쓰이는데도 등록금은 올라만 가는 현실을 흥겹게 풍자하는 내용이다.

극과 극의 광경도 있다. 경찰이 교통정보 리포터들에게 ‘촛불집회’ 대신 ‘불법집회’라는 말을 써달라고 요구했다고 한다. 정확히 ‘등록금 관련 야간 촛불집회’ 대신 ‘한대련 등 등록금 관련 야간 불법집회’라는 용어를 쓰라고 했다는 것이다. 구리다. 고리타분하고 구태의연하다. 이렇게 해서 ‘등록금 프리덤’을 이길 수 있겠나. 순수하고 진실하니까 발랄하게 웃으며 투쟁할 수 있는 거다. 날치기나 꼼수, 공작과 외압으로는 웃길 수 없다. 웃음 없는 데 진실은 없다. 웃는 사람이 종국엔 이길 수밖에 없는 거다.

nowher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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