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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6.05 19:13 수정 : 2012.06.05 19:13

박경만 사회2부 기자

수도권 서부지역의 남북을 잇는 민자고속도로 3개가 막 첫 삽을 뜰 참이다. 경기 파주시 문산에서 서울, 광명을 거쳐 수원까지 연결하는 이 고속도로들은 별개의 민자사업이지만 사실상 하나의 도로로, 예정대로 공사가 진행되면 2018년께 전면 개통될 것으로 보인다. 국토해양부는 민자고속도로가 “수도권 서부지역의 교통난 해소를 위한 국가 인프라 시설”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주민들은 이 사업에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지난달 1일 <한겨레>가 ‘서울~문산 민자고속도로의 환경영향평가에서 행신나들목과 45m 떨어진 고양시 서정마을이 논밭이나 임야와 같은 비주거지로 취급됐다’는 내용의 보도를 하자, 제보가 물밀듯 쏟아졌다. 지금도 3개 민자고속도로가 지나가는 경기도 고양과 파주, 부천, 군포와 서울 강서구 등 각지의 주민들이 대책위원회를 꾸리고 노선 변경과 사업 백지화를 외치고 있다.

무엇이 이토록 주민들을 화나게 만들었나? 지역별 대책위원회의 주장 가운데 하나씩만 꼽아보면, 무료 공공도로를 막고 4㎞를 에둘러 통행료 징수(고양), 학교 앞 경의선 전철 위로 30m 높이의 고가도로 설치(파주), 연 500만명이 찾는 도시자연공원 훼손(부천), 방화터널 인근 학교와 주민 환경피해(서울 방화동), 수리산 관통 생태계 파괴(군포) 등으로 하나같이 지역주민의 삶의 질과 직결되는 절박한 이유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도 주민들은 민자사업자가 국책사업이란 이유로 자신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항변한다.

수익형 민자사업(BTO)으로 만든 도로여서 통행료가 비싸다는 점도 주민들을 화나게 만든다. 문산~수원(82㎞)을 운행하는 데 2004년 불변가격으로도 6000원을 훌쩍 웃돌아 기존 도로보다 2~3배 비싸다. 게다가 최소운영수입보장(MRG)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사업자가 수익을 내기 위해선 요금을 자꾸 올릴 수밖에 없어 부담은 고스란히 주민 몫으로 돌아갈 전망이다.

최근 5년간 개통된 민자도로 6곳 가운데 5곳의 통행료가 한국도로공사가 운영하는 재정도로보다 2~3배 비싼 것으로 밝혀졌다. 심지어 서울외곽순환도로의 경우 같은 도로인데도 재정도로인 남부구간에 견줘 민자도로인 북부구간(일산~퇴계원)이 2.6배나 비싸다. 이 도로에 4600억원을 출자한 지에스(GS)건설 등 민자사업자는 각종 규제로 불이익을 받아온 경기 북부 주민들에게 비싼 통행료를 떠넘기면서 지난해 국민연금관리공단(86%) 등에 지분을 팔아 7992억원의 투자이익을 챙겼다.

서울지하철 9호선 요금인상 논란을 통해 민자사업의 폐해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만큼 특혜 의혹에 대한 철저한 규명이 필요하다. ‘땅 짚고 헤엄치기식’ 사업이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무리한 민자사업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 부담이 과도하다면 법과 제도를 고쳐서라도 덜어줘야 한다.

예컨대 민자도로 통행료에만 붙는 부가가치세(10%)를 없애면 어떨까. 민자도로 통행료를 재정도로만큼 받고 정부가 차액을 보전해주거나, 민자회사의 금융권 대출 부담을 줄여 통행료 인하 효과를 가져오도록 정부가 펀드를 조성해 투자하는 방안 등 전문가들은 다양한 ‘민간투자사업 개선방안’을 내놓고 있다. “외곽에 사는 것도 서러운데…”라는 하소연이 계속 나오게 해선 안 된다.

박경만 사회2부 기자 mani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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