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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단독주택이 ‘영애 박근혜’가 다녀간 뒤 옥상에 삼각형 구조물을 얹는 형태로 바뀌었다. 울산 시민들은 그 집을 ‘근혜양의 비둘기집’이라고 불렀다. 이정록. 광주비엔날레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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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프리즘] 근혜양의 비둘기집 / 권혁철
“공무원들이 너무 말을 잘 들어요.” 박원순 서울시장을 만났을 때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와 비교하면 뭐가 다르냐”고 물었더니 나온 답이다. 이어지는 박 시장의 설명이다. “시민단체는 수평적 조직문화여서 제가 지시를 해도 잘 먹히지 않을 때가 있어요. 시민단체 시절 간사에게 ‘이것 좀 알아봐라’고 이야기하고 1주일 뒤에 확인하면 그 일에 손도 안 대고 있어요. 그럴 땐 ‘그냥 해본 말이 아니라 업무상 지시이니 반드시 해야 한다’고 채근해야 했지요.” 이와 달리 서울시 공무원들은 외형상 박 시장의 말을 하늘처럼 받든다. 서울시는 각종 회의와 결재 때 박 시장이 지시를 하면 시청 전 부서, 16개 투자·출연기관, 25개 자치구에 신속하게 전파한다. 해당 부서에서는 시장 지시사항에 연번을 매겨 ‘지시 일자’ ‘지시 내용’ 등으로 꼼꼼하게 관리하고, 진행·완료 등 이행 상황을 보고한다. 취임 초기 박 시장이 새로운 발상을 위해 가볍게 꺼낸 아이디어까지 공무원들이 지시사항으로 받아들여, 실행 방안을 만드느라 부산을 떠는 시행착오도 있었다. 격의 없는 소통을 강조해온 박 시장은 공무원들을 만날 때마다 “시장이 뭐라고 한다고 무조건 따르지 말고 아닌 것은 아니라고 기꺼이 말해 달라”고 당부한다. 하지만 서울시 국·실장급 고위 공무원도 시장 앞에서 ‘그건 아니다’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한다. 인사권자가 ‘아닌 것은 노(NO)라고 말해 달라’고 아무리 당부해도 뒤끝을 염려해 조개처럼 입을 다무는 게 공무원들의 속성이다. 상명하복의 조직문화가 뿌리깊은 공무원 사회를 향해 박근혜 대통령은 “제가 약속하면 여러분(정부)은 지켜야 한다”고 취임 전 당부했다. 대통령이 국무회의와 각종 현장을 방문하며 내리는 지시사항은 정부가 국무총리 훈령으로 이행 상황을 철저히 점검한다. ‘내 말에 토를 달지 말라’는 대통령 앞에서 어떤 간 큰 공무원들이 다른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앞으로 공무원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박 대통령의 사소한 말 한마디까지 무조건 집행하려고 들면, ‘비둘기집’ 소동이 재현될까 봐 나는 걱정된다. 비둘기집은 내가 초등학교 5학년 무렵 고향 울산에서 겪은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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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단독주택이 ‘영애 박근혜’가 다녀간 뒤 옥상에 삼각형 구조물을 얹는 형태로 바뀌었다. 울산 시민들은 그 집을 ‘근혜양의 비둘기집’이라고 불렀다. 이정록. 광주비엔날레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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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단독주택이 ‘영애 박근혜’가 다녀간 뒤 옥상에 삼각형 구조물을 얹는 형태로 바뀌었다. 울산 시민들은 그 집을 ‘근혜양의 비둘기집’이라고 불렀다. 이정록. 광주비엔날레 누리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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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철 사회2부 수도권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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