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삼성전자가 올해 직원 임금을 동결하겠다고 발표했다. “예측할 수 없는 경제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31.9% 감소했다. 줄어서 25조원이다. 한 증권사 연구원은 “위기의식을 느낄 만한 상황이다. 내릴 수 있는 경영판단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연구원은 “적자가 난 것도 아니고 20조 넘는 이익이 났는데 적절한 조처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두 사람이 의견일치를 본 대목이 있다. “삼성이 이제 정말 정부 눈치를 보지 않는 것 같다”는 것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해 7월 취임 이후, 경제가 살려면 가계소득이 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기업들의 임금 인상이 필요하다고 줄곧 강조해왔다. 근로소득증대세제, 기업소득환류세제 같은 복잡한 이름의 세제까지 만들었다. 올해 공무원 월급을 3.8% 인상하기도 했다. 최 부총리는 “그런 세제 도입이나 공무원 보수 인상은 정부가 기업들에게 임금을 올릴 필요가 있다는 메시지를 강력히 주려는 게 진짜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니 누가 봐도 정부 체면이 우습게 됐다. 기재부는 공식적으로는 “기업의 자율적 판단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속이 편한 것은 아니다. 한 관계자는 “25조 이익을 낸 기업이 임금을 동결해버렸으니, 우리 시그널이 다른 기업들에게 먹히겠냐”고 말했다. 사실 문제는 삼성전자 자체보다, ‘1등 기업’의 이런 결정이 삼성전자 협력업체 수백개를 비롯해 다른 기업들로 번져나갈 가능성이다. 다른 관계자는 “삼성이 우리 말 듣나. 불쾌하지만 툴(수단)이 없다”고 자조했다. 다른 해석도 있긴 하다. 한 전문가는 “그동안 삼성의 행태에 비추어보면, 이번 발표를 하기 전에 정부나 청와대 핵심부와 미리 협의하고 양해를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협력업체 지원, 투자나 배당 등 다른 카드를 제시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지금처럼 이재용 부회장의 승계 문제가 걸려 있는 민감한 시기에 정부와 대립하길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번 일을 ‘경제권력의 오만’이라는 식으로 보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고 말했다. 내부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적어도 지금까지 삼성전자가 외국인과 대주주에게 혜택이 집중되는 배당 확대 외에 별다른 방안을 발표한 것은 없다. 다른 삼성 계열사들이 줄줄이 임금 동결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최 부총리가 4일 다시 한번 임금 인상 촉구 발언을 했지만, 한국경영자총협회가 바로 다음날 “임금 인상은 최소화될 필요가 있다”고 맞받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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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선희 경제부 정책금융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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