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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5.09.01 18:40 수정 : 2015.09.01 18:40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지난 1월 말 문형표 당시 보건복지부 장관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있는 기자실을 갑작스럽게 방문해 건강보험료 부과체계 개편안을 올해에는 추진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10여일 전만 해도 부과체계 개편안에 대해 기자들을 대상으로 이미 별도의 설명회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전혀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시 연말정산 논란으로 세금을 더 내게 된 이들의 불만 폭주로 몸살을 앓은데다, 개편안이 시행되면 건강보험료를 더 내야 하는 고소득층을 의식한 사실상 백지화 선언이었다. 그럼 그렇지! 어쩐지 일부 부유층이 보험료를 더 내게 되는 부과체계 개편안이 순항한다 싶었다.

<한겨레>는 이미 2010년 말에 지역 가입자와 직장 가입자가 다른 기준에 따라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는 부과체계에 문제가 많음을 지적하는 기획 연재를 한 바 있다. 부동산 등으로 각종 임대소득이 많은 지역 가입자가 보험료를 덜 내기 위해 위장취업을 한 사례를 취재해 기사로 내놨다. 자신뿐만 아니라 자녀 등 가족들도 임대소득이 많자 이들 역시 위장취업을 시켰다. 결국 한달에 다 합쳐서 200만원가량의 보험료를 내야 하는 이 가족은 15만원가량만 냈을 뿐이다. 건강보험공단에서 2009~2010년 적발한 이런 사례 약 1100건 가운데 절반가량이 서울에서 벌어진 사례고, 이 가운데 또 절반가량이 강남·서초·송파구 등 이른바 강남 3구에서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도 위장취업으로 보험료를 덜 냈다는 지적을 2007년 대선 당시 받았을 정도였으니, 신종(?) 위장취업을 통한 건보료 덜 내기는 나름 ‘절세 노하우’처럼 일부 부유층에서 입소문으로 퍼져 나가고 있었던 현상이었다고 볼 수 있다.

기획 기사가 나간 뒤 복지부는 가족 중에 직장인이 있어 피부양자로 건강보험에 가입된 사람들 가운데 연금소득이 많은 일부에게는 보험료를 부과하기로 하는 등 부과체계가 일부 개편됐다. 이후 2013년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면서 부과체계 개편은 정부의 국정과제가 됐다. 마침 생계가 어려워 스스로 삶을 마감한 이른바 ‘세모녀 사건’의 당사자들은 거의 소득이 없는데도 전월세에 매겨진 보험료로 한달에 5만원가량을 내야 해 부담이 컸다는 문제 제기도 이어졌다. 김종대 전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2014년 11월 퇴임을 앞두고 “재산이 수억원이고 연금도 한해 수천만원을 받게 되지만 퇴임 뒤 피부양자로 남게 돼 보험료를 한 푼도 내지 않게 된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우여곡절 끝에 부과체계 개선 기획단이 2014년 여름에 새로운 방안을 만들었다. 직장인들 가운데 급여 이외에 별도의 고소득을 올리거나 피부양자 가운데 소득이 많은 사람 약 45만명에게는 보험료를 더 내게 하고, 소득이 거의 없는 저소득층 600만명의 보험료를 내리는 안이 유력했다. 하지만 정부의 검토 기간은 여섯달 넘게 이어졌고, 마침내 올해 초 기획단 안이 공개될 시점에 장관이 갑자기 이를 엎은 격이었다. 이때 여론은 들끓었다. 거의 모든 언론은 현 부과체계 개편의 문제점을 집중 보도했다. 이에 여당과 정부가 다시 개편안을 추진하기로 했고, 그 결론이 조만간 나올 예정이다. 그런데 벌써부터 유력했던 기획단 안보다 후퇴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또 내년 총선 등을 고려했을 때 관련 법안이나 하위 시행령·규칙 등을 만들기 위해서는 추진 일정을 서둘러야 하는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번 정부에서는 결국 미봉책으로 남겨질지도 모른다.

지역과 직장 건강보험이 통합됐지만 서로 다른 기준으로 보험료를 낸 지는 벌써 15년이 흘렀다. 보험료 덜 내기 위한 신종 위장취업, 이제는 사라져야 할 단어 아닌가?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himtra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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