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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08.29 18:32 수정 : 2017.08.30 09:33

석진환
법조팀장

김대중 정부 때 기자가 됐다. 그땐 초짜였으니 ‘정부’와 ‘신문사’ 사이의 미묘한 관계를 잘 몰랐다. 정권이 재창출됐고, 노무현 정부 때 검찰에 출입했다. 돌이켜보면 그때도 ‘정부’와 ‘신문사’와 ‘검찰’의 미묘한 관계에 둔감했다. 뭔가를 눈치챈 건 정권이 교체돼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뒤였다. 서슬 퍼런 집권 초기 다시 검찰을 취재하려니 5년 전과 사뭇 분위기가 달랐다. 검찰 간부들을 만나 ‘알찬 정보’를 듣는 게 전처럼 쉽지 않았다. 말이나 태도가 너무 바뀌어 ‘저 검사가 저런 사람이었나’ 싶은 이도 있었다. ‘그동안 편하게 취재하며 살았구나’ 하는 자괴감이 밀려왔다.

때늦은 탄식은 소용없는 일이었다. 곧 보수 정부에서 <한겨레> 기자로 사는 일에 익숙해졌다. 검찰·법원, 보수 정당, 청와대를 ‘도끼눈’을 뜨고 살폈다. 언제나 비판적인, 때론 상대가 적대적이라고 느낄 만한 기사를 쓰기도 했다. 장관, 총리, 대법관, 헌법재판관 등의 인사가 발표되면 혹독한 검증은 필수였다. 인사권자의 ‘불통’과 ‘독선’을 지적하는 기사도 으레 뒤따랐다. ‘똘끼’ 넘치는 한 여당 의원의 학력 위조를 기정사실로 믿고 취재한 적도 있다(하지만 ‘꽝’이었다). 그렇게 보수 정부 9년을 살았다.

요즘 그 9년의 관성이 내게 부메랑이 돼 날아오는 것을 느낀다. 현 정부 들어 내가 일하는 분야의 취재 환경이 전보다 나아졌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문제는 마음 한구석 똬리를 틀고 있는 ‘내로남불’의 불안감이다. 지난 9년 ‘불륜’이라고 소리쳐 놓고 이제 간통죄가 폐지됐으니 로맨스라 우기는 건 아닌지 찜찜하다.

이유정 헌법재판관 후보자의 청문회를 보며 그런 불안이 엄습했다. 이 후보자가 야당의 정치편향 공세에 휩싸였을 때, ‘변호사 시절 정치적 의사 표현이 헌법재판관 자격과 무슨 상관이냐’고 썼다. 한 후배가 “선배, 우리 기사를 이렇게 써도 되나요?”라고 물었다. 후배도 같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이명박·박근혜 후보를 지지했던 보수 성향 변호사가 재판관으로 지명됐다면 어땠을까. 정색하고 편향을 지적하진 않더라도, 과거 이력과 함께 보수 일색의 헌재 구성을 비판했을지도 모른다.

그보다 더 꺼림칙한 게 있다. 지난해 2월 4억2600만원이던 이 후보자 부부의 재산은 1년 반 만에 16억5300만원이 됐다. 1년여 만에 주식투자로 전 재산의 세 배인 12억원을 번 게 정상인가? 서민들이 박탈감을 느끼지 않을까? 2007년 강남에서 분당으로 이사하며 전입신고를 늦게 했는데, 강남 집에 2년을 살았다는 실거주 요건을 채워 양도세 1억4천만원을 내지 않았다는 의혹은 어쩌나? 영국 유학 중인 딸 계좌에 1억2천만원이 있다는데, 작년 2월 4억여원의 재산 신고는 정확했던 걸까?

보수 정부 시절 공안검사 출신이 줄줄이 헌법재판관 후보자로 지명됐을 때 보였던 검증 의욕을 떠올려보면 곤혹스럽고 민망한 기분을 떨치기 어렵다. 최근 공직후보자를 검증할 때 스스로 ‘나사가 풀린’ 느낌이 드는 게 처음이 아니라는 점도 고백한다. 물론 개인적으론 언론의 기계적 중립을 믿지 않는다. 여성 인권과 소수자 권리에 관심을 가져왔던 이 후보자의 삶은 이전 후보자들보다 <한겨레>가 지향하는 가치에 가깝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이 서늘하다. 내 편인 것 같고 생각이 비슷한 듯해서 스스로 ‘로맨스’라고 여기는지도 모를 일이다. ‘내로남불’의 ‘역지사지’가 이토록 어려울 줄이야.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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