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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7.12.31 18:48 수정 : 2018.01.01 09:51

황보연
정책금융팀장

웹툰 <며느라기>는 갓 결혼한 민사린이라는 여성이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겪는 일상 속 ‘차별’을 실감 나게 그린다. 사린은 대학 동기인 무구영과 결혼한 뒤 남편만 생긴 게 아니라 ‘그녀(며느리)가 할 것으로 기대되는 여러 가지 일’도 함께 얻는다. 시할아버지 제사를 앞두고 아무렇지도 않게 “먼저 가 있어. 빨리 가서 도울게”라고 말하는 구영에게 사린은 “나는 너네 할아버지 본 적도 없거든. 내가 너를 돕는 거라고 생각되지 않니?”라고 되묻는다. 그러면서도 사린은 시어머니의 생신상을 혼자 차리고 명절 차례 준비를 도맡으며, 당혹스럽고 불편하지만 자신(며느리)에게 주어지는 일들을 거부하지 못한다. 며느라기는 페이스북 페이지 팔로어만 22만명을 웃돌 정도로 많은 여성들의 공감을 얻고 있다. ‘막장 시댁’이 아니라 ‘평범한 시댁’에서 흔히 벌어지는 풍경이기 때문이다.

현실 속에도 ‘사린이들’은 넘쳐난다. 지난해 취재 과정에서 만난 20대 후반 여성은 임신 뒤 회사에서 눈칫밥을 먹다가 사표를 쓴 경우였다. 남편은 미래가 불안하기만 한 그에게 ‘아이를 키우고 복직하면 되지 않느냐’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자연스럽게 그는 둘째 생각을 접었다고 했다. 사린이들이 결혼과 출산을 꺼리는 이유는 이런 데서 나온다. 때마침 정부는 올해 ‘저출산 대응 로드맵’을 새로 짠다고 한다. 정부는 2005년 1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06~2010년)을 발표한 뒤 2차 계획(2011~2015년)을 거쳐, 현재 진행 중인 3차 계획(2016~2020년)까지 내놨지만 성과는 저조했다. 심지어 2017년은 출생아 수 40만명대가 15년 만에 무너지고(36만명 추정) 출산율도 1.06~1.07명으로 사상 최저치를 갈아치운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그동안 정부는 뭘 했을까. 1·2차 계획 때는 저출산 대책에만 80조원을 쏟아붓고 출산·보육 인프라부터 깔았다. ‘일·가정 양립’을 내건 정책들도 속속 등장했다. 그래도 신통치 않자 정부는 2015년에 3차 계획을 내면서 ‘패러다임의 전환’을 공언했다. 청년들의 일자리·주거를 지원해 결혼·출산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었다. 취지는 그럴듯했지만, 정작 청년들은 꿈쩍도 안 했다.

이제는 여성들이 겪는 ‘성차별’을 저출산 대응 논의의 전면에 부상시키는 건 어떨까. 세계경제포럼의 ‘세계 성 격차 보고서 2017’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성 격차 지수는 0.650으로 비교 대상 144개국 중 118위에 머문다. 117위는 튀니지, 119위는 감비아다. 1에 가까울수록 양성평등에 근접해 있다는 의미다. 학계에서도 “여성 고용률은 여성이 경험하는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성차별의 종합적 결과이다. (출산율 1.3명 아래인) 초저출산을 경험한 국가들의 여성 고용률이 60%를 넘어가면서 출산율이 1.4~1.5명 수준으로 올라갔다”(정재훈 서울여대 교수)는 진단이 나온다. 우리나라의 여성 고용률은 50%대에 머물고 있으며, 2001년 이후 초저출산 사회를 한 번도 벗어난 적이 없다.

출산은 더 이상 국가의 목표에 따라 조절되지 않는다. 그것은 오롯이 개인의 선택이어야 하고, 국가는 선택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이들을 도와야 한다. 과거 ‘인구가 경제성장의 걸림돌’이던 시절, 콘돔을 나눠주고 정관수술을 해주며 아이를 덜 낳게 하던 때처럼 문제가 단순하지 않다. “출산장려를 넘어서서 여성의 삶의 문제에도 관심을 갖겠다”는 대통령의 말이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선 안 되는 이유이기도 하다.

whyno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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