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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8.01.13 15:09 수정 : 2008.01.13 15:09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

글쓰기 필독서 / [난이도 = 중등~고1]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5> (김용석 등 엮음. 휴머니스트)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1~4> (최병권 등 엮음. 휴머니스트)

<미국의 교양을 읽는다> (김문희 지음. 휴머니스트)

<중국의 교양을 읽는다> (류지에 지음, 박혜원 김주리 옮김. 휴머니스트)

한 주제에 대해 100권 이상의 책을 읽고 나서야 비로소 책을 쓰기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한 일본인 다치바나 다카시는 ‘지(知)의 거인’이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그의 이런 주장은 ‘I/O 비율 100대 1’이라는 독서론으로 이름붙여졌다. I는 입력(Input)이고 O는 출력(Output)이다. 글의 수준과 깊이는 독서와 사색의 양을 넘어설 수 없다. 그건 과학이다. 뇌과학이나 인지심리학이 이미 입증하는 바이다.


그러나 많이 읽는 게 좋다고 마구잡이로 읽을 수는 없는 일이다. 골라야 한다. 정돈된 것을 찾아야 한다. 알짜배기 콘텐츠부터 읽어야 한다. 그래야 쓰는 글의 재료가 고급스러워지고 글의 품격도 높아진다. 앞으로 좋은 읽을거리를 찾는 일은 독서교육이나 글쓰기 교육에서 무척 중요한 과제가 될 게 분명하다. 너무 많은 읽을거리가 넘쳐나는 상황에서 옥석을 가려내는 혜안을 갖춰야 하는데, 이는 전문적인 식견과 매뉴얼이 필요한 일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출판사 휴머니스트의 ‘교양을 읽는다’ 시리즈는 논리적인 글쓰기에 도움을 주는 읽을거리 가운데에서 대표적인 고급 콘텐츠에 속한다. 모두 11권으로 이뤄진 교양 읽기 시리즈는 ‘묻고 답하며 생각을 키우자’는 슬로건을 내걸고 프랑스, 한국, 미국, 중국의 논술이나 에세이, 작문 등 글쓰기 시험에서 나오는 주제와 읽을거리들을 정리해놓은 것이다. 각 사회의 특징을 담은 문제들이기 때문에 한 번 훑어보는 것만으로도 흥미를 느낄 수 있다. 대부분 인간과 인간사회의 본질에 대한 핵심적 질문들이지만, 해당 사회가 특별히 추구하는 가치와 지향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그렇다. 시리즈에 제시된 질문들은 모두 모으면 315개가 된다.

<세계의 교양을 읽는다 1~5>는 논술시험의 대표격인 프랑스 바칼로레아 시험문제들을 정리해놓았다. 이 책의 주제들을 훑어보다보면 프랑스 사람들이 왜 철학적 질문과 답변을 하기 좋아하는 국민성을 가졌다고 하는지를 알 수 있다. ‘무엇을 비인간적인 행위라고 하는가?’ ‘어디에서 정신의 자유를 알아차릴 수 있나?’ ‘정열은 우리의 의무 이행을 방해하는가?’ ‘지금의 나는 내 과거의 총합인가?’…. 이 시리즈는 한국 지성사회에도 일정한 영향을 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연하게 생각하거나 별 문제의식 없이 지나쳤던 삶의 주제들이 대학입시 글쓰기 문제로 나온다면 전체 사회의 지적 수준이 한층 높아질 게 분명하다는 생각을 많은 지식인들이 했기 때문이다.

<한국의 교양을 읽는다 1~4>는 한국 사회에 존재하는 이슈를 6개 분야, 43개의 질문으로 나눠 43명의 전문가들이 답하는 형식으로 돼 있다. 4권으로 이뤄져 있어 한국 사회의 문제들이 대부분 망라돼 있다고 할 수 있다. 개인·가족·사회·국가·권력·사회질서·통치·지도자·자유·평등·소비·분배·민주주의·대중사회·교육·대중문화 등 우리 사회에서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화두들이 정리돼 있다. ‘세계화와 민족주의는 공존할 수 있는가’ ‘시장은 정말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가’ ‘성장이 우선인가, 분배가 우선인가’ ‘교육은 만병통치약인가’ ‘가족은 해체되어도 좋은가’ ‘웰빙은 정말 웰빙하고 있는가’ ‘진짜보다 가짜가 더 진짜 같은 이유는 무엇인가’ 등이 대표적인 이슈들이다.

<미국의 교양을 읽는다>는 미국의 대학원입학자격시험(GRE)의 에세이 시험에서 출제된 이슈와 주제를 통해 미국인의 생각과 사고, 미국식 글쓰기 등을 보여준다. ‘최고경영자는 기업의 이윤만 추구한다면 그의 도덕적 책임을 다하는 것인가’ ‘당근과 채찍, 무엇이 자녀 교육에 더 효과적인가’ ‘교육은 무상으로 이뤄져야 하는가’ ’평생 교육은 왜 필요하며, 어떤 측면에서 그 효과가 긍정적으로 평가되는가’와 같은 문제를 보면 프랑스와는 많이 달라보인다. 이슈에 대한 실용적 접근 태도가 도드라져보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교양을 읽는다>는 중화인민공화국이 탄생한 1950년대 이후 출제된 중국 대학입시 작문 문제를 통해 중국인의 사고와 생각의 변화를 보여준다. ‘물질이 고도로 발달한 사회에도 효(孝)의 정신은 필요한가’ ‘중국 사회에서 인정(人情)은 존재 가치가 있는가’ ‘개인적 수양에 있어서 바른 습관은 얼마나 중요한가’ 등의 문제를 보면 우리와 역사를 공유한 면이 많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화혁명은 어떤 사건인가’나 ‘중국인들의 사회주의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있었는가’처럼 중국의 사회주의 체제의 성격과 연관된 문제도 포함돼 있다.

11권짜리의 방대한 시리즈물이지만, 끈기를 가지고 겨울방학 기간동안 정독한다면 사유의 깊이와 폭이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중학생 고학년에서 고등학생 정도의 지적 수준이라면 머리를 싸매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도전해볼 만하다. 출판사 쪽에서 시리즈물의 완간 기념으로 낸 <무엇을 읽고 어떻게 쓸 것인가>는 전체 시리즈를 어떻게 읽을지에 대한 가이드북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지침을 들려준다.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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