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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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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칼럼
9월3일 이번에도 어김없이 정기국회가 시작되었다. 정기국회는 연간 국회 활동을 정리하고 예산을 처리하는 막중한 회기이다. 국정감사를 통해 정부를 견제해야 할 의무가 지워지고 예산·결산 심사를 통해 나라의 한 해 살림 계획을 세우는 임무가 부여된다. 더구나 17대 국회의 마지막 정기국회다. 그동안 17대 국회가 이루지 못한 것을 마무리하고 정리해야 하는 마지막 기회인 것이다. 주요 정당들은 좋은 말로 정기국회를 맞았다. “민생국회가 되도록 민생법안 처리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겠다.”(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 “이번 국회는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정책 대결의 장, 민생정책 대결의 장으로 만들려고 한다.”(김효석 대통합민주신당 원내대표) 그러나 민생을 챙기겠다는 이런 약속에도 불구하고 며칠 가지 않아 정기국회는 좌초되고 말았다. 개회 이틀째인 4일 대통합민주신당과 한나라당은 국회 의사일정에 대해 타협점을 찾지 못한 채 서로 ‘네 탓’이라며 공방을 벌였다. 대통합민주신당은 “한나라당이 이명박 후보 방탄국회를 하기 위해 국회법을 원천적으로 무시하고 있다”고 공격하고, 한나라당은 “여권이 조기에 국정감사를 마치려는 것은 자기 쪽 후보는 국정감사에서 검증받지 않고 한나라당 후보만 흠집 내자는 것”이라고 역공했다. 결국 민생국회 운운하던 약속은 허공에 날아가 버리고 정쟁만 무성하게 여의도 하늘을 뒤덮고 있다. 국회가 공전하면 그만큼 국정감사와 예산심의, 법률안 심사의 시간이 허비된다. 하루하루 밤샘을 해도 시원치 않을 안건과 현안, 법률안들이 쌓여 있다. 현재 3576건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되어 있다고 한다. 이 법안 하나하나가 국민의 삶과 경제발전, 나라의 미래에 중대한 영향을 끼친다. 나중에 승강이를 벌이다가 시간에 쫓겨 결국은 벼락치기로 타협하고 말 것이다. 예년에 여야가 벌여왔던 행태를 보면 어김없이 막판에 가서 제대로 예산의 수치도 보지 않고 예산을 통과시키는가 하면, 법안의 내용도 잘 모른 채 통과시키거나 아주 중요한 법안들이 폐기되는 사례가 부지기수였다. 이런 불성실하고 날림의 법안 처리나 예산 심의가 국민의 불이익과 부실한 나라살림으로 이어질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지금 상황이라면 충분히 이런 악습이 재현될 수 있다. 특히 대선을 앞두고 초긴장 상태의 여야가 얼마나 쉽게 타협하고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줄지 의문이다. 그동안 17대 국회에서 5582건의 의원 발의가 있었고 그중에 2463개 법안이 처리됨으로써 1912개 법안 발의가 있었던 16대 국회보다는 훨씬 노력하는 의원들의 모습을 보여 주었다. 세대교체를 통하여 젊어진 국회의원들이 보였던 활기찬 의정활동이 법안 발의 숫자, 51개에 이르는 국회의원 연구모임 등을 통해 증명되었다. 그러나 아무리 대선이 있는 해라고 하더라도 마지막 정기국회를 파장으로 얼룩지게 만드는 것은 용납하기 어렵다. 오히려 대선이 있는 해이기 때문에 더욱 성실한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평소에 잘하다가 대선 때문에 의정활동을 소홀히 한다면 그 당의 후보를 좋게 봐 줄 수가 없다. 국민의 삶과 행복과 직결된 현안들을 버리고 정파적 이익을 좇는 당의 후보를 어찌 밀어줄 수 있다는 말인가. 국회의원들과 그 소속 정당이 정쟁보다는 민생에 충실하게 매달리는 모습을 보면서 그 정당 대선 후보에게 호감을 가질 수 있다. 이번 국회의 성적표가 바로 대선 투표 결과와 연결되도록 우리 국민들은 감시하고 행동해야 할 것이다.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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