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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시내의 사커시티 경기장을 개·보수하는 공사가 한창이다. 이곳은 2010년 월드컵 주경기장으로 쓰일 예정이다. 요하네스버그/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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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희망 찾기 ⑨ 월드컵으로 뛴다-남아공
7개국 단일비자 추진으로 통합 기폭제 기대치안 불안·교통난에 백인들 무관심이 걸림돌 지난 8월초 찾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사커시티 경기장은 증축 공사가 한창이었다. 2010년 월드컵 개막전과 결승전이 열리는 이곳은 7만명 규모 관중석을 9만4천여석으로 확장하고, 비와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지붕을 새로 올리고 있었다. 공사 현장을 둘러보니 곳곳에서 인부들이 터를 파고 철근을 새로 박고 있었다. 타워크레인이 10개나 서 있고 흙을 실은 트럭이 바쁘게 드나들었다. 말이 증축이지 신축이나 다름없어 보였다. 취재진을 안내하던 공사 현장 실무자는 “월드컵 조직위 지침이니까 개·보수를 하지만 다 밀어버리고 새로 짓는 게 비용이 더 적게 들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타보 음베키 남아공 대통령은 아프리카민족회의(ANC) 홈페이지에 ‘월드컵 개최 준비를 차질 없이 하고 있다’는 글을 올렸다. 2010년 남아공 월드컵 개최가 불투명하다는 오스트레일리아·영국 언론들의 보도가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반박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지난 5월 제프 블래터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이 “남아공 월드컵 준비가 지연돼 2010 월드컵 개최지가 변경될 수도 있다”는 발언을 해 남아공이 발칵 뒤집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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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월드컵 로고 바탕에는 가운데 아프리카 대륙 모양이 있고, 월드컵을 개최하는 남아공 국기의 무지개빛 색깔들이 줄무늬처럼 이를 감싸고 있다. 아프리카 대륙을 배경으로 흑인으로 보이는 사람이 ‘시저스킥’(일명 오버헤드킥)을 하고 있다. 로고는 아프리카의 탄력과 역동성을 강조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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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한 여행안내서인 〈론리 플래닛〉이 “요하네스버그의 밤 거리를 걷는 것은 미친 짓”이라고 단언할 만큼 남아공의 치안은 악명이 높다. 지난해 살인 사건으로 1만9천명이 숨졌다. 하루 52명꼴이다. 강도는 21만건, 무기를 들고 떼로 저지르는 특수강도는 12만6천건이 터졌다. 특히 아시아인들이 현금을 많이 갖고 다닌다는 소문이 돌아 한국인과 중국인은 주요 표적이다. 게다가 남아공에는 버스나 지하철 같은 대중교통이 거의 없다. 출퇴근 때 백인들은 대부분 자가용 차량을 몰고 나오고, 흑인들은 행선지별로 7~9인승 승합차에 합승한다. 대기업들은 직원 1인당 매월 약 70만원을 차량 유지비로 지급한다. 차량이 고장나면 출퇴근이 불가능해 차량을 수리하도록 이틀 가량 휴가를 주는게 남아공의 관행이다. 요하네스버그 출퇴근 시간 교통난은 서울을 능가한다. 아침 7시가 넘으면 외곽에서 도심까지 20㎞ 안팎 거리를 가는 데 2시간이 넘게 걸린다. 남아공 정부는 월드컵 교통 대책으로 요하네스버그공항과 요하네스버그, 행정수도인 프리토리아를 잇는 고속철도인 하우트레인을 2010년 완공될 계획인데 공사 진척이 더디다. 숙박 문제에선, 피파 기준에 맞는 5만5천개 객실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2만6천개 승인에 그치고 있다. 부족한 숙소는 민박·야영 등으로 해결해야 한다. 남아공 국민들의 관심이 하나로 모이지 않는 것은 더 큰 걱정거리다. 남아공에서 축구는 흑인 운동이다. 백인은 럭비와 크리켓을 한다. 이런 사정으로 백인들의 관심이 상당히 낮다. 지난 4월 한 여론조사를 보면, 남아공 대표팀이 월드컵 8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대답이 60%에 이르렀다. 그렇지만, 백인 응답자의 58%는 8강 진출에 실패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럼에도 아프리카에서 처음 열리는 2010 월드컵은 남아공 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대륙 발전의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남아공 정부는 ‘자랑스러운 남아공’이라는 구호를 내걸고, 오랜 인종차별정책으로 악화된 국가 이미지를 개선할 기회로 삼고 있다. 남아공은 월드컵 준비에 530억달러를 쓸 예정이다. 이 가운데 50% 가량이 전력·운송·통신 등 사회기반시설 정비에 들어간다. 월드컵 관련 투자를 통해 2014년까지 일자리 16만개가 새로 생기면, 26%에 이르는 실업률을 반으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 나라들은 월드컵을 관광 산업의 도약대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월드컵 기간 남부 아프리카 단일 비자도 추진되고 있다. 월드컵 관광객들에게 짐바브웨·나미비아·스와질랜드·보츠와나 등 7개 나라를 자유롭게 관광할 수 있게 하는 비자를 내주는 것이다. 월드컵이 제국주의 분할 지배가 찢어놓은 남부 아프리카의 통합의 촉매 구실을 하고 있다. <끝> 요하네스버그/글 권혁철 기자 nura@hani.co.kr 사진 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축구 노예상’에 팔려가는 청소년들 푼돈으로 유럽클럽 종신계약…불법 체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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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하네스버그 럭비클럽 운동장에서 동네 꼬마들이 공을 차고 있다. 요하네스버그/김태형 기자 xogud555@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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