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1일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국제회의장에서 이랜드그룹 노조 파업 관련 사안만을 논의하기 위해 모인 민주노총 41차 대의원대회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봉규 기자 bong9@hani.co.kr
|
요란한 대선판 ‘이랜드 투쟁’엔 침묵…벼랑끝 비정규직 노동자들 “추석 대투쟁” 대선 정국. 언론은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대통령 후보와 예비후보들의 동향을 ‘보고’하느라 바쁘다. 가령 이명박 후보의 ‘747’(7% 성장, 국민소득 4만달러, 7대 경제대국)는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상관없기 때문일까, 이 땅의 노사관계에서 중요한 준거가 되는 비정규직법과 이 법으로 불거진 이랜드 노사갈등에 대해 어떤 견해와 해법을 갖고 있는지 아무도 말하지 않고 언론도 캐묻지 않는다. 민주노동당 경선후보들을 제외하면 모두 ‘기업하기 좋은 나라’의 대통령을 지향한다는 점을 이미 알고 있어서일까? 정치 현상은 요란한데 구체적 민생 현안과는 동떨어져 있는 듯하다. “이번 투쟁은 이랜드 자본이 망하느냐, 민주노총의 깃발을 내리느냐의 투쟁이다”는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의 말은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다’는 의지의 표현이지만, 다른 한편 우리 사회의 정치 부재와 무책임하고 무능한 정부를 반영한다. 노동부는 노사 양쪽을 싸잡아 비난하는 것으로 책임과 능력을 다하고 있다. 판을 벌이되 결과에 대해서는 책임지지 않는 정치권과 정부, 결국 그 판에 남은 것은 노사 간 힘의 투쟁뿐이다. 자본은 돈으로 용역과 구사대 등을 동원하고, 노동은 “노동자는 하나다”의 구호로 노동자의 단결과 연대를 동원한다. 이랜드 뉴코아의 노사교섭은 지난 8월15일을 마지막으로 열리지 않고 있으며, 민주노총은 8월16일부터 ‘1천인 중앙선봉대’를 꾸려 홈에버·뉴코아 매장 봉쇄 투쟁을 벌이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 이랜드 노사갈등 책임은? ’정부-이랜드-노조’ 순으로 오후 3시 조금 지난 시각. 재적 대의원 수 1050명의 과반수 526명을 약간 넘은 578명 참석으로 성원이 됐다. 집행부가 세 가지 투쟁계획을 내놓았고 이에 대한 토론이 이어졌다. 집행부 원안은 첫째, 100만명을 목표로 이랜드 불매 서명운동을 벌이고, 둘째, 이랜드 조합원들의 최소생계보장기금 16억원을 마련하며, 셋째, 추석 기간 이랜드 전 매장 집중봉쇄 투쟁을 벌인다는 내용이었다. 한 대의원이 매장 봉쇄보다 높은 투쟁수위를 위해 추석 전에 총파업을 벌이자고 수정 제안을 했고, 현실적으로 총파업이 어렵다는 이유로 총파업에 반대한다는 대의원의 발언이 이어졌다. 그런데 토론을 마친 뒤 투표에 앞서 성원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일부 대의원이 대회 도중 회의장을 빠져나가 성원을 이루지 못하게 된 것이다. 집행부는 수정안을 발의했던 대의원들에게 안건을 철회할 것을 요청했고, 대의원대회를 유예시킬 수 없다는 다수 대의원들의 판단 아래 집행부 원안을 박수로 통과시키는 봉합으로 대회를 마쳤다. 이랜드 자본과의 싸움에서 민주노총은 승리할 수 있을까? 아니면 다시금 구호만 앞세우는 종이호랑이로 남을 것인가? 관찰자에게 민주노총 대의원대회는 명확한 답변을 주지 않았다.
|
홍세화 기획위원
|
광고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