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순광 한국비정규교수노조 경북대분회장이 지난 23일 오후 서울 관악구 봉천동에 있는 국회 교육위원회 통합신당 간사 유기홍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앞에서 ‘대학 강사에게 교원 지위를 부여하라’며 1인시위를 벌이고 있다. 이규호 영상미디어팀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
시간강사 500명 인건비 1년 40억 쓰고
교수 명절떡값 10억 뿌리는 몰상식 깨야
9월7일부터 국회 앞에서 비정규직교수노조원들이 농성을 하고 있다. 가을바람에 천막 자락이 파르르 흔들렸고, 펼침막엔 이렇게 적혀 있었다. ‘대학은 돈벌이하는 곳이 아니다. 대학은 교육하는 곳이다.’ 그러나 오늘 대학은 ‘돈벌이’에만 열심이고, 대학생들은 오로지 ‘돈벌이 준비’에만 열심이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이 말은 오늘 대학에도 적용될 듯하다. 과거 대학이 ‘우골탑’이었다면 오늘 대학은 ‘기업탑’, ‘맘몬의 탑’이라 할 만한데, 그 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유령들이 있다. ‘민주개혁세력’이 집권한 뒤에도 노예 상태에 머물고 있는 대학의 시간강사들이다. 전국적으로 모두 6만명에 이르는 대학강사들이 겪어야 하는 현실은 우리 사회 몰상식의 종합 세트다.
대학강사는 대학에서 이뤄지는 총 강의의 40% 이상을 맡아 학생들을 가르치고 학점을 주지만 교원 자격이 없다. 대학강사를 일용잡급직으로 만든 박정희 정권시대의 유물인데, 대학강사가 교원이 아니라면 지금까지 대학을 졸업한 사람들은 모두 무자격 대학 졸업자다. 이렇게 ‘비정규직’ ‘88만원 세대’는 오래 전, 지식인들부터 적용됐다. 보통 비정규직은 해고 통지라도 받지만 시간강사는 조교에게서 전화가 오지 않으면 그게 해고다. 그나마 절반의 임금이라도 받는 보통 비정규직과 달리 정규 교원의 5분의 1 수준이다. 어느 사립대학은 명절을 맞아 600여 정규 교원에게 떡값으로 10억원을 썼는데, 그 해 1년 동안 500여명 시간강사들에게 지급한 게 40억원이었다. 강사는 1년에 그저 ‘떡 5개 값’을 받은 셈이다. 연구실도 없고 4대 보험도 없고 근로계약서도 없고 방학 동안에는 당연히 임금이 없고 10년 이상 강의해도 퇴직금도 없고 위로금도 없다. 이렇게 지식인들 대다수를 최저 생존조건에 허덕이게 하면서 굴종을 강요하는 나라에서 학문의 경쟁력이 생길 리 없다. 이 입 저 입이 때마다 떠들어대는 ‘지식기반사회’라는 말이 무색할 뿐이다.

영상 이규호 피디 recrom295@news.hani.co.kr
기사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