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7.11.07 18:15
수정 : 2007.12.03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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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신선도>. (마천석, 220*160*100㎝, 청계천 고산자교와 마장교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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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의 도시디자인탐험
사람은 도시를 만들지만, 도시는 사람을 만든다. 그동안 사람들은 일꾼이었다. 한나 아렌트 식으로 얘기하면, 우리 도시는 ‘인간의 조건’을 먹고사는 ‘노동’으로 축소시켰다. 자기 세계를 갖는 ‘작업’, 그 세계를 타인과 나누는 ‘행위’를 없애 버렸다. ‘불가능한 가능’을 요구할 때 얻을 수 있는 최대를 얻는다. 조각가 정재철은 사람들을 ‘신선’으로 모신다. 초대의 장은 군더더기 없는 견고한 구조와 명상적 분위기가 돋보이는 바둑 두는 강변의 정자다. 탁자에는 바둑판을 새겼고 훈수 둘 사람까지 포용해 의자는 셋이다. 매끈하게 ‘물갈기’(석재 마감 가공법)를 한 돌에 주변 하늘과 땅이 되비치고 지나는 사람들이 몸과 마음을 잠시 누인다. <고사관수도>(高士觀水圖)의 현대판이다. 신선이 못 되더라도 최소한 인간의 조건은 챙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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