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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씨. 돌조각+계단 설치, 서울 삼청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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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의 도시디자인 탐험
물길을 헤집어 실개천이 마른다. 도시를 마구잡이로 파헤쳐 골목길이 사라진다. 실개천이 대지의 실핏줄이듯, 골목길은 우리 일상의 실핏줄이다. 인도를 대로로 키우는 실핏줄이자 큰것에 의거하지 못하는 서민들이 자잘한 삶을 키우는 둥지다. 결핍과 혼란의 기표로 폄하되지만, 골목은 자잘한 목숨들이 더불어 숨을 쉬는 ‘골’의 ‘목’이다. 여기는 그런 골목의 ‘얼골’을 디자인했다. 바닥에는 십장생을 새겨 길손들의 행복을 기원했다. 부귀영화만 좇는 나만의 부적과 대비된다. 길 좌우에는 사자·해태·원숭이 등으로 동네의 벽사를 만들었다. 사적인 세콤과 다르다. 길 떠난 이가 적적할까봐 잘 빠진 옹기와 나무도 내놓았다. 모든 것을 안에 집어넣고 독점하는 소유를 분장하는 시대. 이 골목은 밖으로 드러내고 더불어 아름다워지는 디자인으로 세태를 역류한다. 실개천의 연어다. 그런 마음씨 덕에 아직 우리 골목은 살아있다.
공공예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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