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9 20:55
수정 : 2008.04.09 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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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로프스키 <망치질하는 사람>. 철에 전기모터, 서울 광화문 흥국생명빌딩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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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의 도시디자인탐험
백남준은 예술을 사기라 했다. ‘뻥’은 중요한 예술의 역할이다. 소중한 것, 그립고 사랑하는 것은 뻥으로라도 튀겨놔야 돈만 따지는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뻥이 좀 지나친가? 이놈은 키 22미터에 무게 50톤이다. 왜 이리 큰가? 튀고 싶어서? 거인의 알레고리다. 머리나 입으로 굴리는 추상의 세상, 몸으로, 삶으로 세상을 돌리는 실체를 크게 보자 한다. 왜 검정 실루엣일까? 익명의 실존들을 향한다. 유명의 기념조각과 달리, 이 작품은 기념의 주인을 세상 사람들로 넓힌다. 그는 온종일 1분17초마다 망치질을 되풀이한다. 뼈 빠지게 일하라고? 일상의 반복을 응시한다. 지독한 반복이지만 그것은 염불처럼 참된 깨침의 제의적 기반이 된다. 크기나 아이디어가 아니라, 사람을 그리는 마음이 참 크고 아름다운 작품이다. 서울살이 7년 만에 한 발짝 움직인다는 소식도 반갑다. 건물 장식이었다가 거리의 동반으로 대접받게 되었다. 이제 몸으로 세상을 돌리는 사람들이 대접받을 차례다.
공공예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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