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5.14 17:42
수정 : 2008.05.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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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을 <하늘계단>. 계단에 이름표와 이정표 설치, 서울 명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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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의 도시디자인 탐험
산을 타고 오른 동네에는 층계가 많다. 수백 계단을 오르내려야 세상을 오갈 수 있다. 다리도 아프지만, 오름·비상 같은 계단의 상징성이 거세된 삶이라 더 고단하다. 오르고 내려 봐야 똑같은 세상의 계단은 고달픔 그 자체다.
작가 김을은 한 산동네 계단에 이름표와 이정표를 붙였다. 작가는 이 작업을 통해 산으로 내몰린 처지를 하늘로 한 번 더 내던지잔다. 집을 피해 요리조리 흐르는 <하늘계단>을 타면, 북악 능선 위 파란하늘로 오른다. 165계단은 쉬 오를 수 없다. 15/165, 46/165, 150/165 …. 숨을 꺾는 만큼 계단을 이정표로 나눠 버렸다. 지친 몸이 밟고 오르라고 구름을 점점이 그렸다. 그래도 오르는 것이 만만치 않지만, 작품과 동행하는 발걸음은 레드 제플린의 팝송 <하늘계단>을 켜고 오른다. 솜씨는 손이 아니라 마음에 있음을 알려주는 참 고마운 작품이다.
공공예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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