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6.25 17:50
수정 : 2008.06.25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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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랭크 스텔라 <아마벨>, 9×9×9m, 스테인리스 스틸, 서울 삼성동 포스코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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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삼철의 도시디자인 탐험
말 많은 작품이지만, 나무임에는 틀림없다. 도시의 물신주의에 마주 서는 예술의 나무라면 신목일 것이다. 성장 이데올로기와 매끈하고 뻔지레한 미학으로 무장한 도시는 불멸을 시위한다. 반대로 예술은 거칠고 억센 몸부림, 몸의 말을 떨친다. ‘죽음을 잊으면 삶이 덩달아 잊어진다.’ 불멸의 상징재인 스테인리스강을 찌그리고 우그리고 뒤틀었다. 그렇게 만든 수백 조각들을 잇고 엮어 거대한 폐허를 지었다.
스스로 부수고 던져 만든 해체, 그곳에 삶의 얼굴이 또렷이 재구축된다. 메멘토 모리! 잘 보시라. 겉으로는 허물어져 내리지만, 속으로는 구조들이 역동적으로 피어난다. ‘껍데기는 가라’ 후의 질박한 생의 리듬이다. 꽃이다. 겉으로는 죽었지만 늘 생명과 하늘을 피워내는 고목의 꽃이다. 초대받지 못한 일상은 이것을 고철덩어리라 하고, 미술은 명작만 우긴다. 그 변죽의 들끓음에 주인은 나무로 작품을 가렸다 치웠다 한다. 서글픈 도시다. 언제쯤 고목에 꽃 피울 날을 맞을까.
공공예술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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