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밑지는 장사? 그것은 치명적 착각 / 일러스트레이션 최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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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아까워’ 밑지는 장사? 그것은 치명적 착각 Q : 결혼 앞두고 시댁보다 돈을 더 밝히는 부모님 때문에 괴로워요 임신 석달째인 예비신부입니다. 적지 않은 나이지만 아직 대학원에 다니는 학생이고요. 아기가 생겨 결혼을 서두르게 됐지만 예비신랑과 이미 미래를 약속했던 상태라 오히려 아이가 생겼다는 게 기쁘기도 했어요. 주변에서도 축하를 해줬지요. 하지만 막상 결혼 준비를 본격적으로 하면서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혼수 문제 같은 것으로 많이들 싸운다고 하지만 남 이야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여동생 결혼도 큰 잡음 없이 치렀고 부모님들도 돈이 아니라 사람이 중요하다고 늘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제 생각과 달리 돈이나 자존심 문제로 식구들과 다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집을 구할 때 돈을 얼마만큼은 받아야 한다느니, 예물로 다이아몬드는 받아야 한다느니 하면서요. 부모님은 제가 대학 들어가면서 경제적으로 독립한 것을 자랑으로 생각해 왔으면서도 ‘네가 아깝다’며 시댁에서 최대한 돈을 많이 받아야 한다는 이중적 태도를 보이는 게 견디기 힘듭니다. 또 뱃속의 아기를 환영하는 시댁과 달리 저나 아기를 죄인 취급 하십니다. 식구들에게 제 생각을 이야기하면 철없는 소리 한다, 니가 잘한 게 뭐냐고 싸움만 일어나고요, 점점 환멸이 느껴집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문제가 봉합될까요? 자신이 없어져요. A 아후…, 또 불효부모가 등장하셨네요. 우리나라엔 불효자보다 불효부모가 훨씬 더 많은 거 같아요. 당신 부모님 지금 당신에게 굉장히 불효하고 계세요. 돈보다 사람이 중요하다 말씀하시더니 막상 결혼을 앞두고 평소에 사람보다 돈을 더 중요시하고 사셨음을 드러내셨군요. 시댁으로부터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자식 가지고 장사하자는 거죠. 그러시면 안 되죠. 요즘은 결혼하면서 부모한테 이거 해내라 저거 해내라 하는 강도자식들이 판치는 세상인데 대학 들어갈 때 이미 경제적으로 독립을 할 정도로 훌륭하게 큰 딸자식이 자랑스럽고 그래서 그만큼 사윗감이 후져 보이고, 왠지 밑지는 장사 하는 기분이고, 우리 딸이 평생 고생만 할 것 같고 그래서 그렇게 고집을 부리시는 거겠죠. 그 마음 모르는 거 아닙니다. 하지만 모든 부모들이 갖는 치명적인 착각은 결혼을 앞둔, 혹은 결혼을 한 자녀를 두고 ‘내 자식이 아깝다’는 생각을 하는 것입니다. 전 이 세상에 ‘기우는 결혼’은 없다고 믿습니다. 다 뭐가 맞으니까 살겠다는 거지 어느 쪽이 아깝다는 건 다 남들 생각일 뿐이죠.
요즘 이혼들 정말 많이 하죠? 무슨 유행처럼. 그 이혼의 대부분은 양쪽 부모님이 남의 가정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해서 결딴이 나고 마는 겁니다. ‘남’이 아니지 않냐고요? ‘남’ 맞습니다. 사위를 아들처럼 생각하고 며느리를 딸처럼 생각하니까 간섭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부터 잘못된 겁니다. 자식이 결혼하면 사위나 며느리를 자식처럼 생각할 게 아니라 부모를 떠나 독립한 딸과 아들을 ‘남’으로 생각해야 하거늘 그렇지 못한 이유는 뭘까요. 너무 사랑해서? 글쎄요, 그것보단 들인 공이 너무 커서, 그래서 그냥, 마냥 뭔가가 억울해서가 더 정답일 겁니다. 부모의 사랑은 무조건적인 사랑이라는 거 다 뻥입니다. 다 ‘조건’ 있습니다. 이미 성인이 된 자식인데도 내 눈에 흙이 들어와도 안 된다느니 하는 것들이 다 엄청난 ‘조건’입니다. 당신 부모님께서 사랑하는 딸이 평생을 함께하겠다고 고른 남자를 계속 그런 식으로 대하시는 건 결국 당신 딸을 그만큼 신뢰할 수 없는 인격체로 키웠다는 거밖에 안 되는 건데 왜 그리 자식을 믿어주시지 못하는 걸까요? 자식을 믿지 못하는 건 곧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부모님께서는 지금껏 살아오시면서 행복· 믿음·사랑, 이런 소중한 가치에다 자신을 투영시키는 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하셨던 거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가장 안타까운 부분은 사랑하는 딸의 뱃속에 자리잡은 생명을 부끄러워하신다는 겁니다. 본인들의 손자 혹은 손녀가 될 생명이거늘. 잘한 게 뭐냐 하셨다고요? 뭐, 자랑할 일까진 안 되는진 몰라도 부끄러워할 일도 분명 아닙니다. 그저 새 생명은 축복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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