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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직과 함께 전화 안하는 남친 짜증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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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오지혜의 오여사상담소
쯧쯧, 가엽게 여기사 ‘휴식’을 주소서 Q 직장인 남자친구와 4년 넘게 사귀고 있는 학생입니다. 캠퍼스 커플이었다가 남친이 취직을 해 원거리 연애 중입니다. 오래 사귄 커플치곤 잘 지내는 편입니다. 하지만 오빠의 과중한 업무 때문에 하루 한번 전화하기도 빠듯합니다. 저 역시 취직 준비생이라 스트레스도 많이 받고 남친에게 기대고 싶은 맘도 있는데, 회사 일에 정신없이 매달리는 그가 안타깝기보단 짜증나고, 만나면 피곤해 하면서 졸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내가 왜 연애하지 라는 생각이 듭니다. 학교 다닐 때부터 그랬습니다. 취직 준비하면서 바쁜 남친이 취직만 하면 잘 해준다고 서운해 하는 저를 달랬지만 막상 취직하고 나니 전보다 더 바빠졌습니다. 오히려 직장인 맘 이해 못 해준다고 합니다. 내가 사랑을 구걸하는 사람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자존심이 상합니다. 별 감정 없어 하는 남친에게 전화로 땍땍거리는 사람인가, 난 한가해서 이러고 있나, 차라리 연애라도 안 하면 전화 기다리면서 짜증내는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그의 마음에 내가 없는 듯 합니다.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다며 잠깐 동안 ‘티’나게 잘해주다가 다시 예전으로 돌아가는 남친의 모습은 제게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불안감만 줍니다. 여전히 남친에 대한 애정은 있지만 반복되는 이 상황이 힘듭니다. 묵은 애정을 정리할까도 생각 중입니다. 제게 힘이 되는 조언을 남겨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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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오여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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캠퍼스 커플과 직딩·대딩 커플이 어찌 같을 수가 있겠습니까? 입장의 동일함이 관계에 있어 최고형태라고 신영복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답니다. 당신이 직딩이 되면 아마 지금보다 훨씬 남친을 이해하기 쉬워질지도 몰라요. 그리고 지금 남친은 사회생활의 가장 아랫 단계에 진입한 처지라 완전 한 딱까리 하는 이등병과 같은 상황일 겁니다. 재벌 아드님이 아니고서야 그야말로 ‘빡세게’ 사회생활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데 그 어느 누구도 일과 사랑을 동시에 멋지게 해낸다는 건 불가능한 일이랍니다. 전 개인적으로 ‘바빠서 연애할 시간이 없다’는 말엔 동의할 수 없는 사람이긴 합니다. 사랑은 시간으로만 하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예전과는 달리 낭만의 여유를 잃어버린 남친을 무슨 성적 매기듯이 채점하고 실망하고 그러지 말고 가엽게 여겨보시는 건 어때요? 일단 이해해주는 감동을 선물하신 다음에 당신 힘든 것도 한번 얘기해보세요. 틀림없이 따뜻하게 반응해줄 거예요.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무형의 것이지만 유기체적인 성격을 띠는 것이라 시간이 흐를수록 처음과 똑같을 수만은 없다는 걸 잊지 마세요. 오래 사랑한 그 사람이 다른 모습을 보인다고 금세 ‘변했구나’ 판단하지 마시고 우리 사랑이 성숙하고 있구나 생각하세요. 그리고 ‘잘 해주는 거’, ‘믿음을 주는 거’ 이런 것들의 주체는 왜 항상 남자 쪽이어야 하죠? 연애나 결혼은 어디까지나 쌍방 간의 동등한 노력으로 이어나가야 하는 거잖아요. 취직 스트레스 때문에 바쁘시겠지만 남친에게 ‘잘’ 해줘보세요. 결혼해서도 행복하게 해주겠다고 나만 믿으라고 남친에게 얘기해보세요. 점수 매기고 채점하는 일만 하지 마시고 ‘주는’ 사랑도 해보세요. 남녀평등 시대잖아요. 영화배우 오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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