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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7.12.12 21:05 수정 : 2008.01.02 16:20

나이 어린 손윗동서의 행동이 얄미워 죽겠는데…

[매거진 Esc] 오지혜의 오여사상담소

사사건건 비교하는 당신도 똑같네요

Q: 저보다 나이 어린 손윗동서와의 갈등으로 힘이 듭니다. 손윗동서는 작년 봄, 저희는 작년 가을에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나이 어린 사람이 손윗동서로 있으면 알게 모르게 신경전이 있을 거라는 주위의 걱정은 기우일 뿐이라고, 나는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장담했죠. 하지만 형님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손아랫동서를 편하게 대하기가 힘들어 보였습니다. 작년 겨울, 시아버님의 기일에 처음 마주하게 되었는데 아무리 말을 붙이려고 해도 단답형의 짧은 대답이 전부였고 먼저 말을 걸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명절이며 제사, 온 친척들을 아우르는 친정 부모님을 보고 자란 저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는 행동들도 눈에 띄었습니다.

올해 어버이날에는 연락이 없길래 먼저 연락을 해서 어머님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게 어떻겠냐고 상의를 드렸더니 그런 얘기는 형님인 자신이 먼저 얘기할 때를 기다리는 게 예의 아니냐며 퉁을 주었습니다. 그 일 이후로는 먼저 연락하기도 부담스럽고, 한편으론 형님으로서 얼마나 집안 대소사를 잘 챙기나 두고 보자는 심산도 생기더군요. 또 금전적인 갈등의 골이 깊어졌습니다. 부모님께 의지해 대학원까지 마친 아주버님은 지금껏 부모님께 용돈도 안 드리고 있지만 남편은 취직 후 어머님댁 세금도 몇 년 동안 내드리고 혼자되신 어머님을 위해 몇 년째 연금도 꼬박꼬박 넣고 있습니다. 그걸 아주버님이 모르는 것도 아니고 남들 다 아는 대기업에 다니면서 언제나 형편이 되질 않는다는 한마디로 일축해버리니 제가 다 화가 납니다. 아주버님과 손윗동서가 가족이기주의에 똘똘 뭉쳐 있는 것 같아서 마주하기도 싫고, 혹시 어머님이 장남인 아주버님에게 더 많은 유산을 주실까 봐 그것도 미리 속상합니다. 얼마 뒤 시아버님 기일에 또 마주칠 것을 생각하니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고 답답하네요.

A: 아침 드라마 시놉시스를 받아 본 기분입니다. 우리나라는 나이 공화국이라더니 그 말을 실감하는 스토리기도 하구요. 제가 보기에 손윗동서께서도 지금 자기가 어떤 액션을 취해야 하는지 헛갈리고 계실 겁니다. 그 이유는 바로 그놈의 ‘주위 사람들’로부터 들은 충고 때문일 겁니다. 당신이 결혼 전에 나이 어린 손윗동서를 만나면 힘들 거다 어쩌고 하는 쓸데없는 충고를 들으셨듯이 아마 그 여인도 ‘나이 많다고 기어오르려 할 거다. 초장에 잡는 게 중요하다. 초반에 고삐를 확 쥐어야 한다’ 뭐 이딴 얘기들을 들으셔서 기선 제압해 보겠다고 그러는 걸 겁니다.

결혼한 형제와 그 배우자 간의 갈등은 제가 이 지면에서 여러 번 얘기한 비뚤어진 유교 관습에 의한 억압적인 가족관계, 바로 그 안에서 파생되는 관계의 문제들입니다. 두 남녀가 30년 안팎을 따로 살다 만나 평생을 서로에게 조율하며 사는 것도 기적인데 우린 상대의 가족 구성원 하나하나와도 일일이 조율하며 살아야 하니 그 관계가 악연이거나 소통에 실패했을 땐 결혼생활이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거죠. 게다가 가족이 무슨 군대도 아닌데 서열 때문에 겪는 갈등까지 있으니 참 쓸데없는 데다 인생을 낭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괜히 제대로 대화도 나눠보지 않고 하나밖에 없는 동서를 서로 미워하게 된 두 분도 어찌 보면 이런 구태의연한 관습의 희생자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어머님 생신에 이러면 좋지 않을까요” 하고 먼저 말을 걸어오는 나이 많은 손아랫동서에게 어색함을 풀어준 걸 고마워할 만큼 자기 인생에 자신이 없으신가 봅니다. 형님 말입니다. 그리고 그거 갖고 어디 얼마나 잘하나 보자 하는 당신도 뭐 그리 크게 다르진 않으신 거 같구요. 우리나라 가족 구성원들 사이의 모든 갈등의 공통적인 원인은 ‘상대에게 너무 많은 걸 기대해서’입니다. 내가 형인데, 손윗동서인데, 내가 부모인데 하고 상대가 먼저 서비스해 오길 바라는 거죠. 그 정도 액션 두어 번 해보고 “거봐, 안 통하지. 내가 이 여자 이럴 줄 알았어” 하고 피해의식에 사로잡히면 당신만 피곤합니다. 앞으로 평생 봐야 할 가족이라면 조금 더 지혜롭게 대처하셔야죠. 손‘위’ 동서라지만 계급장 떼고 밖에서 만나면 ‘어린 동생’일 수 있으니 당신이 봐주세요. 웃는 얼굴로 잘 해보자 해보세요. 제 말은 친구하고 싶을 정도로 맘에 드는 인간도 아닌데 억지로 사랑하라는 게 아니라 ‘관계에 필요한 만큼의 예의와 친절’을 베푸시라는 거예요.


오지혜의 오여사상담소
그리고 제가 당신께 실망스러운 부분은 유산을 덜 받게 될까 봐 미리 걱정된다는 부분입니다. 아니, 시부모한테 돈 맡겨 놓은 거 있으세요? 시아주버니가 대학원까지 지원받고 대기업에 가는데 당신이 뭐 보태드린 거 있나요? 그건 당신이 당신 남편과 결혼하기 전에 있었던 일이고 어느 자식을 편애하신다 해도 그건 당신이 섭섭해할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당신 글을 읽고 드는 느낌은 이분은 결혼을 서로 사랑하며 즐겁게 살려고 한 게 아니라 무슨 전쟁을 치르려고 한 거 같다는 거예요. 피해의식도 많으신 거 같구요. 형님 부부가 당신한테 사기를 치는 것도 아니고 가족 간에 이간질을 하는 원흉도 아닌 그저 이기적이고 얄미운 사람들일 뿐인데 너무 억울해하시네요. 형님네는 얼마 드렸으니 우린 얼마를 드려야 한다고 사사건건 형님 가족과 비교하지 마시고 당신과 당신 남편이 새로 꾸민 당신만의 가정을 생각하세요. 남과 비교하기 시작하면 인생 참 재미없어져요. 속 좁은 손윗형님도 너그럽게 받아들일 수 있고, 사랑하는 남편을 평생 뒷바라지하신 어머님께 돈 좀 드리는 걸 넉넉하게 생각할 수 있는 ‘멋진 나’를 만드세요.

오지혜 영화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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