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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가 될 것이냐, 솔직해 질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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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Esc] 오지혜의 오여사상담소
현재 외국에서 근무중이고, 4개월에 한번씩 보름 일정으로 한국에 들어가곤 합니다. 올해 초 소개로 여자친구를 만나서 전화·이메일·편지로 연락하며 세번째 휴가를 같이 했습니다. 앞으로 약 1년 반 정도 더 해외생활을 해야 하고, 이것은 여자친구에게 이미 말했습니다. 이번에 우연히 얘기를 하다가 제게 바라는 것들이 전 남자친구가 해줬던 것들이고, 그 전에도 느꼈지만 전 남자친구와 있었던 일들을 종종 얘기하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그 친구는 의도적으로 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제 현실이 이러니 이 정도는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하다가도, 아직 핸드폰에서 전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지우지 않은 채, 미니홈피에 남은 전 남자친구의 흔적에 (공개로 한 것만 그렇고, 비공개로 된 것은 어떤 내용이 더 있을지 저도 모르겠습니다.) 자다가 깨기도 하고, 좀 혼란스럽습니다. 가끔 연락도 하는 것 같구요. 제가 전 남자친구와 언제 헤어졌는지 물어보면 어물쩡 넘어가는데, 저를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 친구와 교제 중이었던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어느 선까지 제가 이해를 해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습니다. 조언 부탁드리겠습니다. A 여친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이 문제로 대화를 해보신 적이 없으신 거 같네요. 제가 보기에 심각한 정도는 아직 아닌 거 같으니 얼마든지 서로 대화를 하다 보면 해결책이 나올 것 같아요. 물론 예민한 문제고 물어보기 쪽팔린 사안이기도 해서 상담소 문을 두드리신 거겠지만 이런 문제는 당사자 간의 합의 내지는 세계관의 절충에서 해결할 문제인 것 같네요. 한 번 쪽팔린 다음 관계가 더욱 돈독해지는 게 낫지 이렇게 계속 오해와 추측만 난무하다 보면 연애관계에서 의처증 증세를 보이는 ‘환자’로 몰리실 위험도 있으시네요. 쿨하게, 그러나 당당하고 솔직하게 “뭐냐?” 하고 물어보세요. 말꼬리 붙잡고 늘어지거나 과잉해석하시거나 무조건 의심하지 마시고 말입니다. 싸우려들지 말고 정말 한번 이해해보려고 노력해보세요. 그래요. ‘이해’요. 내 여자가 전 남친과의 관계에 미련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에 자다 깰 정도로 여친을 향한 당신의 애정이 깊으시다면 당신의 여친 또한 당신을 심심풀이 땅콩으로 만나신 건 아닐 거예요. 그 분도 뭔가 그럴 만한 사연이 있을 수도 있으니 한번 물어보세요. 그리고 여친 분도 지금 당신한테 결례하고 하고 있는 거 맞으니까 기분 언짢다고, 예의를 지켜달라고 당당히 요구하세요. 이렇게 실수하고 요구하고 용서 빌고 하는 일이 같은 일로 너무 자주 일어난다면 관계를 끝내시는 걸 생각해 볼 수도 있지만 아직까진 한번도 이런 대화를 제대로 나누신 적이 없고 다만 당신 혼자 추측하고 혼자 불쾌해 하고 혼자 가슴앓이 하시는 거잖아요. 섣부른 판단은 옳지 않은 것 같네요. 남친 혹은 여친 없이는 하루도 못 사는 스타일들이 있어요. 부정적으로 얘기하는 거 아니에요. 정말 그냥 연애타입 중 하나일 뿐이라는 거죠. 그런 타입이 여자들한테 더 많이 보이는 거 같구요. 만약 당신 여친이 이런 스타일이시라면 ‘사우디 가신 애들 아빠’도 아니고 청춘남녀 연애질하는데 아무리 전화다 이메일이다 한다 해도 보고 싶을 때마다 시도 때도 없이 손 붙잡고 얼굴 부비고 하고 싶은 게 당연하거늘 이억만리 일터가 웬말이냐, 뭐, 그럴 수 있어요. ‘얘기’가 다 된 거라 해도 연애가 무슨 계약관계도 아니니 첨엔 좋으니깐 상관없다 했겠지만 넉 달에 한 번 볼 수 있는 남친을 만나다 보니 비록 헤어지긴 했지만 밤낮으로 찰떡같이 붙어 지냈던(제가 추측해보자면 말이죠) 전 남친이 슬쩍 슬쩍 그리울 수도 있겠죠. 아니면 고민파 졸업하시고 행동파로 변신해보시는 건 어때요? 괜히 별 거 아닌 건데 혼자 상처 키우고 삐쳐 있다가 속 좁다 소리 듣지 마시고 옛 남친 생각이 싹 사라질 수 있도록 한번 나오셨을 때 화끈하게 혹은 로맨틱하게 그녀를 사로잡을 궁리를 하시던가요. 연애는 줄다리기라잖아요. 게임하는 것처럼 말예요. 결혼해서도 관계를 유지시키기 위해 서로 일부러 자극을 주고받는다는데 이제 막 시작한 연인을 마누라쟁이처럼 ‘안전빵’이라 생각하시고 긴장 풀고 계신 건 아닌가요? 흐흐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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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지혜의 오여사상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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