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3.04 21:08
수정 : 2008.03.0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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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연하천 대피소 옥상에 설치된 태양광 전지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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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곳 자가발전, 매연 소음 그을음 등 환경오염
등산객, 전자렌지로 데우고 샤워시설 요구까지
국립공원 대피소는 악천후나 조난사고 때 응급대피를 하기 위한 시설이지만 종주산행이 대중화하면서 ‘숙소’로 변모하고 있다.
물품과 에너지 조달이 어렵고 환경파괴 우려가 큰 고산지대 대피소에서도 탐방객들이 펜션이나 콘도에 온 것처럼 더 나은 편의시설과 서비스를 요구해 갈등을 빚는 일이 종종 있다.
지리산 장터목 대피소 등 전기를 끌어들여 쓰는 곳에서는 전자렌지로 밥을 조리하고 캔커피를 데우며 휴대폰을 충전하고 한겨울에도 25도가 넘는 실내온도를 유지한다. 샤워시설을 갖춰달라는 등 새로운 요구도 이어진다.
현재 국립공원관리공단이 관리하는 대피소는 모두 19곳으로 지리산 8곳, 설악산 5곳 등 장거리 산행을 하는 곳에 주로 설치돼 있다. 이 가운데 발전기로 자가발전을 하는 곳은 지리산 세석·장터목 대피소, 설악산 중청·소청 대피소, 덕유산 삿갓골재 대피소, 북한산 백운 대피소 등 11곳이다. 한전에서 전기를 끌어와 쓰는 곳은 지리산 로타리·벽소령·노고단 대피소, 덕유산 향적봉 대피소, 북한산 도봉 대피소 등 5곳이다.
자가발전을 하는 대피소에선 매연·소음·그을음 등 환경오염 외에도 헬기로 기름을 사 옮기는 데 연간 4천만~5천만원을 지출하는 부담을 진다.
한전에서 전기를 끌어오려면 전선을 땅에 묻는 공사로 환경파괴가 불가피해 산악·환경단체와 마찰을 빚곤 한다. 또 에너지를 비교적 풍족하게 쓰면서 대피소의 정체성 혼란이 심한 편이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 모임 사무국장은 “대피소의 어려운 여건에서 일하는 근무자에게 어느 정도 불편이 있겠지만 대피소를 재생가능 에너지를 기반으로 한 생태순환형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조홍섭 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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