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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사자평 일대 개발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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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평 고산 생태체험 관광지 개발 계획
10년 끌어오다 다시 시동 ‘환경훼손’ 논란
국내 최대 고층습지 산들늪 등 파괴 우려
가지산도립공원의 밀양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이 다시 추진되면서 국내 최대의 고산평원인 사자평을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남 밀양시와 울산시 울주군이 만나는 재약산 700~800m 고도에 펼쳐진 사자평은 면적이 330만㎡(100만평)가 넘는 전국에서 가장 큰 억새밭으로 유명하지만 최근 생태와 경관가치가 새롭게 주목받고 있는 곳이다.
밀양시는 10년째 지지부진하던 얼음골 케이블카 사업을 지난해부터 본격 추진해 현재 사전환경성검토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지난 1월 밀양시 상공회의소가 낙동강환경관리청에 낸 사전환경성검토서 재보완 보고서를 보면, 산내면 삼양리 얼음골종합관광지에서 677m 높은 천황산(해발 1189m) 능선까지 1759m 길이의 케이블을 설치해 ‘산내-단장 관광벨트화 사업’을 벌인다는 것이다. 천황산 능선에 22기의 풍력발전기를 설치하고 케이블카로 고산평원에 오른 관광객을 위한 천문대와 고산식물원 건립, 습지생태탐방로 개설, 표충사 연결도로 건설 등의 사업이 포함돼 있다.
최동호 낙동강환경청 환경평가과장은 “천연기념물인 얼음골의 형상변경에 대한 문화재청의 의견을 들어 결론을 내릴 것”이라며 “케이블카가 환경적으로 나쁜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면 굳이 사업을 막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문화재청은 문화재위원회를 열어 이 사안을 심의할 것이며 필요하면 현장조사를 벌일 방침임을 밝혔다.
밀양 케이블카 사업의 승인 여부는 강원 양양, 전남 구례 등 케이블카 설치가 지역 현안인 다른 지자체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사자평은 ‘영남 알프스’라 불리는 해발 1000m가 넘는 가지산, 신불산, 재약산 등 8개 산악무리의 가운데에 자리잡은 데다 국내 최대 규모의 고층습지인 산들늪을 품고 있다.
재약산(1108m)의 7부능선에 자리잡은 산들늪은 과거 농경지로 이용되던 논과 밭이 면적 58만㎡의 습지로 바뀐 곳으로, 멸종위기종인 노랑무늬붓꽃의 남한계 분포지이자 삵, 하늘다람쥐, 매, 꼬마잠자리 등 희귀동식물이 분포하는 생물다양성의 보고이다. 사자평은 양쪽 능선의 습기를 많이 머금는 지형적 요인과 오랜 벌목, 화전, 방목 등 인위적 요인이 겹쳐 국내 어디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고산평원 경관을 이루고 있다. 그런데도 고층습지가 2006년 습지보호지역으로 지정돼 있을 뿐 아무런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해 훼손과 막개발에 고스란히 노출돼 왔다. 이수완 밀양참여자치시민연대 환경분과위원장은 “사자평 한가운데로 난 군 작전도로와 산림청이 임대한 목장용 도로가 오프로드 자동차와 산악자전거, 등산객의 산림훼손을 가속화하고 있다”며 “케이블카 건설은 사자평 막개발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밀양시 경제투자과 김윤만씨는 “케이블카 사업은 여름 한 철 북적이는 얼음골을 사계절 관광지로 바꿔달라는 주민들의 요구에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인근 울주군도 사자평을 고산 생태체험 관광지로 개발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고산평원을 개발하려는 계획이 잇따르고 있다. 사자평을 보전지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사자평의 주요 땅소유자인 사찰 표충사가 산들늪 습지보호지역 지정을 자청했음에 주목한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이 지역을 생태·경관보호지역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 지키는 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사자평을 인근 가지산도립공원에 편입시키면 용도지구에 따라 보전과 이용의 조화를 이룰 수 있다”고 제안했다. 밀양/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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