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 2008.04.08 20:42
수정 : 2008.04.10 1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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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석촌호에서 채집한 25cm 길이의 배스(위)와 길이가 같은 옥정호의 배스(아래). 석촌호 배스는 먹이가 부족해 80%가 공복상태였다. 반면 옥정호 배스는 풍부한 먹이로 통통하게 살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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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 현장] ‘원천봉쇄’ 퇴치법 시험
인공산란장 유도 뒤 부화 전에 수정란 제거
비용 싸고 효과적…깜박하면 되레 번식 도와
지난해 8월 서울 송파구 석촌호수에서 어류조사를 한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 연구원은 그물에 걸린 물고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배스와 블루길을 빼고 토종어류의 어린 고기는 전혀 없었다. 가장 작은 붕어가 23㎝, 누치는 21㎝였다. 팔뚝보다 작은 토종어류들은 모두 배스의 입속에 들어간 결과다.
채집한 10마리에 8마리 꼴로 다른 물고기를 잡아먹는 육식 어종이었다. 평균 길이 29㎝인 배스들은 굶주려 배가 훌쭉했다. 배를 채운 것은 매미, 거미, 개미, 벌 등 육상곤충이 고작이었다. 이처럼 포식자만 득실대는 ‘가분수 먹이사슬’은 낙동강 하구언에서도 발견됐다.
한 번에 10만개 낳아…수컷, 알 ‘불침번’ 지극한 ‘부성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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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란장을 지키는 배스 수컷. 수정란과 알에서 깬 어린 배스가 다른 물고기에게 먹히지 않도록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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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어종 가운데 배스는 포식성이 가장 강해 토착어종을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데다 전국에 넓게 분포하는 생태계 위해종이다. 이런 배스를 퇴치하기 위해 어류학자들이 팔을 걷고 나섰다. 이들의 무기는 배스에 관한 생태학적 지식이다.
지난 4일 전주시 팔복동 전주천의 금학보 천변에 어류학자, 환경단체 회원, 대학생 등 20여명이 모여 배스를 위한 인공산란장을 만들고 있었다. 플라스틱 소쿠리 안에 자갈을 깔고 한쪽 옆에 엄폐용 그물망을 세운 얼개다.
사업을 주관하는 양현 ㈜생물다양성연구소 소장은 “배스가 인공산란장에 알을 낳도록 유도한 뒤 부화 전에 수정란을 제거하는 게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이 방법은 국립수산과학원 중부내수면연구소가 한국민물고기보존협회에 맡겨 지난해 수행한 배스의 번식생태 연구에 토대를 두었다.
4월~6월 번식기를 맞은 배스 수컷은 바닥에 자갈이 깔리고 주변에 숨기 좋은 큰 돌이 있는 곳을 골라 꼬리지느러미로 바닥에 직경 1m가량의 둥지를 판다. 여기에 암컷을 불러와 산란과 방정을 한 뒤, 수컷은 부화한 새끼가 1.5㎝ 크기로 자라 흩어질 때까지 먹이도 거의 먹지 않고 이들을 지킨다.
게다가 배스는 포식자 치고는 알을 많이 낳아 길이 40㎝의 성어는 약 10만개의 알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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