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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의 식생활을 조명한 마이클 폴란의 <잡식동물의 딜레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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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독서] <잡식동물의 딜레마>
잉여 옥수수 처분위해 사료로 써 ‘음식 세계화’
값싼 고기 얻으려 소에게 소 먹이는 비극까지
광우병과 조류인플루엔자의 여파가 애꿎은 단체급식소와 식당으로 확산되고 있다. 학생들은 급식소에서 나눠준 소고깃국을 거들떠보지 않고 삼계탕 등 식당들도 손님이 줄어 울상이다. 보수언론에선 “광우병 괴담 때문에 못 살겠다”는 한우 사육농가와 자영업자들의 피해를 강조하며, 광우병에 대한 ‘철없는’ 문제제기를 겨냥하고 나섰다.
지난번 구제역이나 조류인플루엔자 파동 때도 시민들은 소비를 줄이는 것으로 대응했다. 이런 반응은 비과학적이고 비이성적인가. 이럴 때마다 장관과 사회지도층이 나서 시식행사를 함으로써 대중의 무지함을 간접적으로 나무랐다. 익힌 닭고기에 조류바이러스가 없다는 것은 누구나 알면서도 선뜻 먹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무엇을 먹을지를 놓고 혼란에 빠져 있는 미국인의 식생활을 근본적으로 성찰한 책 <잡식동물의 딜레마>(마이클 폴란 지음 조윤정 옮김, 다른세상 펴냄)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다. 한 마디로 음식은 문화이기 때문이다. 믿음이 가지 않고 만드는 과정이 투명하지 않은 것이라면, 음식이든 뭐든 선택할 이유가 없다.
치약, 일회용기저귀, 잡지표지 광택까지도 옥수수
나아가 그는 요즘의 음식에서 세계화의 그림자와 그것을 극복할 전망을 본다. “음식이 세계화로부터 위협을 받고 있는 수많은 가치의 강력한 메타포”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기농 달걀에 조금 더 많은 돈을 지불하는 결정은 세계화의 획일적 음식문화에 저항하는 정치적 행위가 된다.
그가 산업적 음식사슬에서 가장 먼저 주목한 것은 옥수수이다. 슈퍼마켓에 진열된 4만5천 가지의 물품을 조사했더니 넷 중 하나에 옥수수가 들어있었다는 것이다. 옥수수로 만든 원료는 청량음료, 맥주 등 식품은 물론이고 치약, 일회용기저귀, 잡지표지의 광택 등 도처에 널려 있다. ‘우리의 몸은 우리가 먹는 음식과 같다’는 말을 받아들인다면, “우리 대부분은 바로 옥수수다”라고 그는 주장한다.
미국 정부의 지원을 받아 대량 생산된 옥수수를 고기로 만드는 것은 음식 세계화의 핵심과정이다. 풀을 먹던 소들은 농장을 떠나 집중가축사육시설에서 옥수수를 먹게 됐다. 잉여 생산된 옥수수를 처분하기 위해서다.
소와 풀의 진화론적 협력은 자연의 경이라고 그는 평가한다. 소는 나무가 들어서는 것을 막아 초원이 햇빛을 독차지하도록 해 줄 뿐더러 풀씨를 퍼뜨리고 발굽으로 씨앗을 심어둔 다음 배설물로 비료를 주는 서비스를 아끼지 않는다.
풀은 그 대가로 반추동물에게 풍요롭고 배타적인 음식을 제공한다. 반추동물은 풀을 단백질로 바꿀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진화시켰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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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소 집중사육시설의 모습. 옥수수 등 값싼 농산물을 육류로 바꾸는 공장 기능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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