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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동북쪽 마리엔부르거에 건설된 저에너지 아파트 전경. (주민인 마틴 슈나우스가 건설 프로젝트를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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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통신] 독일 열손실과의 전쟁
일반 재건축보다 비용 5% 더 쓰고 효과는 만점
여름 열 저장해 겨울에, 겨울 찬공기 여름에 써
에너지 컨설팅이 직업인 마틴 슈나우스는 예술가, 정치인 등 뜻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1백년 뒤 지구의 석유가 고갈된 뒤에도 쓸 수 있는 집을 짓기로 했다. 석유를 대신할 연료는 태양열과 나뭇조각, 그리고 단열이었다.
7일(현지 시각) 환경재단 기후변화센터 고건 이사장 등 방문단과 함께 독일 베를린 북동쪽에 위치한 슈나우스의 ‘저에너지 아파트’를 찾았다. 옅은 오렌지색과 노란색을 칠한 5층과 7층짜리 아파트가 놀이터, 자전거주차장, 담쟁이넝쿨이 우거진 벽을 사이에 두고 마주서 있었다.
이 아파트 지붕에는 43㎡ 넓이의 태양열 집열판이 설치돼 있고 지하실에는 이 지역 숲의 자투리 나무로 만든 펠릿을 연료로 하는 80㎾ 용량의 연소장치가 들어서 있다.
슈나우스는 “2006년 첫 겨울을 ㎡당 28㎏의 나뭇조각으로 나는 데 성공했다”며 “㎡당 3ℓ의 기름에 해당하는 에너지로 겨울을 따뜻하게 난 셈이어서 에너지효율이 예상보다도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이런 성과의 핵심요인은 완벽한 단열이다. 벽면은 16㎝, 지붕은 30㎝ 두께로 단열판을 깔았다. 창틀 등을 통해 열이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꼼꼼하게 마감을 했고, 건물의 적외선 사진을 통해 단열상태를 점검했다.
이 아파트는 독일 정부의 저에너지주택 기준인 연간 ㎡당 에너지손실량 40㎾h 이하인 27㎾h를 기록해 정부로부터 이율 2.5%의 저리로 20년 장기대출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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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베를린 지역인 슐체 보이젠 가의 서민아파트를 저에너지 아파트로 재건축한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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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독 이후 아직까지 재개발과 재건축이 활발한 동베를린은 저에너지 주택의 실험장이다.
슐체 보이젠 가에는 유럽 최대의 저에너지 아파트가 2006년 들어섰다. 지은 지 32년이 된 낡은 아파트를 재개발해 기존 아파트보다 에너지사용량을 절반 수준으로 줄인 것이다.
부동산업체인 호보게는 정부의 지원을 받아 방이 1~4개인 267세대의 소형 가구가 입주한 20층과 17층 두 동으로 이뤄진 고층 아파트를 지었다. 이곳은 에너지 절약과 효율화 기술을 본격적으로 적용한 것이 특징이다.
단열재는 미네랄 울(암면) 성분으로 보통 건물의 2배인 벽 12㎝, 옥상 14㎝ 두께로 깔았고 3중창을 설치했다. 중앙환기장치가 각 세대의 욕실이나 부엌 등의 더운 공기를 빨아들여 새 공기를 데우는 데 쓴다. 방 위쪽에 뚫린 구멍을 통해 15~16도로 더워진 신선한 공기가 들어와 시간당 1.5회 환기가 이뤄진다. 이 장치는 나가는 공기에서 열의 73%를 회수한다.
이밖에 공용시설과 복도에 쓸 전기를 생산하고 폐열을 이용해 온수를 공급하는 열병합발전소, 절수형 변기, 공기방울이 섞여 물을 절약하고 세척력을 높인 수도꼭지, 절전형 전등이 설치돼 있다.
프로젝트 책임자인 구드룬 회프스는 “저에너지 재건축에 다른 재건축보다 5%밖에 비용이 더 들지 않았다”며 “주민들도 관리비가 적어 만족해한다”고 말했다.
발밑으로 연방의회 회의장을 내려볼 수 있는 투명한 돔으로 유명한 독일 연방하원 건물도 열을 최대한 알뜰하게 활용하는 기술을 간직하고 있다. 이 건물 지하 300m 지층엔 여름철 열병합발전소의 남는 열을 가두어 두었다 겨울에 꺼내 쓸 수 있는 소금물 지하수층이 있다. 또 60m 지하에는 겨울철 찬 공기로 냉각된 물을 저장했다가 여름에 냉방용으로 쓰는 또 다른 지하수층이 있다.
베를린/글·사진 조홍섭 환경전문기자 ecothin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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